[렌즈 밖 세상] 대한민국 전역으로 번지는 옥시 불매운동
[렌즈 밖 세상] 대한민국 전역으로 번지는 옥시 불매운동
  • 신아일보
  • 승인 2016.05.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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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구 부장

 
옥시발 역풍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인터넷 댓글이나 SNS에는 옥시 제품 목록이 연일 돌아다니고 있는가 하면 불매운동을 벌이는 단체들도 점차 확대돼 가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대형마트 생활용품 코너에서 제품을 고르는 주부들 가운데 회사명을 확인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로 매장 주변에서 서성이듯 구경하다가 가까이 가서 제품을 고르는 시늉으로 하고 있었더니 1분도 안 돼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주부가 말을 건다.

“아저씨, 그거 옥시에서 만든 거예요. 그거 사지 말고 저거 사세요.”

당황한 역력이 가득한 얼굴로 머뭇거렸더니 그 분이 말을 이어간다.

“제가 오지랖이 넓어서 말을 건 게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을 여럿 죽이고도 나몰라라 하는 기업은 없어져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옥시ㅇㅇ을 10년 넘게 사용하다가 이번 일 터지고나서 어떤 제품으로 바꿔야 하는지 몰라서 잘 할 줄도 모르는 컴퓨터를 켜서 검색해봤어요. 그랬더니 대체해서 쓸 수 있는 제품군이 많더라구요. 아저씨도 아줌마 심부름 오신 거 같은데 이거 사가고 이유 말하면 될 거예요.”

대한민국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옥시 불매운동에 동참한 듯한 그 분의 얘기를 더 듣고 싶어 신분을 밝히고 얘기를 더 듣기로 했다.

그러자 괜히 나선 것 같다고 한참을 무안해하더니 근처 간이의자에 앉아 입을 열었다.

“한 십여년 전쯤에 마트에 갔다가 가습기살균제를 봤어요. 그때 당시 아이가 초등학생이었는데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제품을 덜컥 집어왔죠. 그렇게 제품을 쓰기 시작했는데 몇 달 뒤 남편과 함께 마트에 가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려는데 남편이 돈낭비 한다며 엄청 뭐라하는 거에요. 물로 깨끗히 닦는 거보다 더 좋은 세척이 어딨겠냐며. 게으른 티 내지말고 이런 거 살 바엔 애들 과자나 한 봉지 더 사주라고 사람들 많은 데서 무안을 주더라구요.”

“그래서 한 3~4개월 쓰고는 안 쓰게 됐는데… 그땐 참 구두쇠 같은 남편 욕 많이 했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하늘이 도왔다 싶어요. 저희 애가 호흡기가 엄청 약해서 고생했는데 장기간 썼더라면 저 역시 어떤 피해를 입었을지 너무 무섭더라구요.”

그 주부는 애석하게도 이 사건이 터졌을 당시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을 듣지 못했다면서, 최근에 터진 옥시사건을 통해 이 일을 알게 되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주부로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 먹은 뒤 주변인들에게 본인이 직접 작성한 옥시제품 사진과 리스트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했다.

사실 옥시는 우리 생활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다.

옥시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제품들이야 바로 ‘아!’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이름을 달고 나온 제품들 중에도 ‘이것도 옥시였어?’ 할 만한 제품이 꽤 많다.

특히 습기나 냄새를 잡아준다는 하마 시리즈 제품들은 아마 각 가정의 옷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또한 위장약으로 유명한 개ㅇㅇ콘은 최근 몇 년간 TV 광고가 대박나면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며 많은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주변에 깊게 뿌리 내린 제품들을 모조리 뽑아내기는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람들의 의식부터가 다르다.

‘살인기업’이라는 다소 무서운 굴레를 짊어진 기업이 뼛속까지 반성하기는커녕 사과하는 시늉(!)만으로 용서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주부가 마지막에 했던 말이 귓가에서 맴돈다.

“대한민국 국민들 물로 본 기업이 물에 녹아 사라지는 것 꼭 볼 거예요.” 

/김진구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