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5·18 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안돼"
보훈처 "5·18 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안돼"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6.05.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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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창 강요는 또 다른 갈등 유발… 기념곡 지정도 어려워"

▲ 임을 위한 행진곡 원본 악보 (사진=5·18기념재단)
정부가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국론분열이 우려된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 및 제창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야당 측에서는 참석자 모두가 함께 부르는 제창 형식을 원했지만, 기존 방식인 합창 방식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보훈처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년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공식 식순에 포함해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참석자 자율 의사'를 존중하면서 노래에 대한 찬반 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여야 3당 원내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훈처는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정부기념식이 국민 통합을 위해 한마음으로 진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자에게 의무적으로 부르게 하는 제창 방식을 강요해 또다른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보훈·안보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본 행사인 기념공연에서 합창단이 합창하고, 부르고 싶은 사람은 따라 부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부르지 않을 수 있도록 '참석자 자율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논란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5월께 소설가 황석영 씨의 제안에 따라 광주지역 노래패 10여명이 모여 완성한 노래극 '넋풀이-빛의 결혼식'에 삽입된 곡의 하나다.

이 노래극은 5·18 당시 전남도청을 점거하다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9년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그의 대학 여자 후배이자 연인인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됐다.

곡은 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김종률 현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붙였고, 가사는 백기완 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980년 12월 서대문구치소 옥중에서 지은 장편시 '묏비나리' 일부를 차용해 황석영씨가 붙였다.

이후 카세트테이프 복사본 및 악보 필사본, 구전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민주화 및 노동운동 권에서 불렸으며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곡이 됐다.

5·18 기념일이 1997년부터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5·18 기념식에서는 모든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방식이 유지됐다.

하지만 2009년부터 합창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 원하는 참석자들이 따라 부르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한 일부 단체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합창 방식을 도입했으나 5·18 단체들은 제창 방식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해 갈등이 계속됐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기도 어렵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려면 법률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훈처는 "5대 국경일, 46개 정부기념일, 30개 개별 법률에 규정된 기념일에 정부에서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고 애국가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할 경우 '국가 기념곡 제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또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2016년 현재까지도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제창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정부 입장을 정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