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진해운 전 오너 ‘먹튀’ 논란
[칼럼] 한진해운 전 오너 ‘먹튀’ 논란
  • 신아일보
  • 승인 2016.05.15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휴 광주·전남본부장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 대한 ‘먹 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주식을 모두 팔기 전에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전화로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사 경영 악화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자신의 보유 주식을 모조리 판 것이다.

최 회장 일가의 주식 처분이 끝난 후인 지난 4월25일 한진해운은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한진해운의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부실 경영의 당사자가 자신의 이익만 챙긴 것이다.

자율협약을 신청했다는 것은 그룹이 경영을 채권단의 관리에 맡기는 것이다. 한진해운을 지배해 온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가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IMF 후 거의 20년이 지난 2016년 5월 다시 기업 구조조정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 계열인 조선· 해운회사들이 대거 구조조정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과 수만 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의 해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 돈을 찍어내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출자해 부실기업을 구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서 부실 기업을 구제하면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경기 침체와 세계 경영여건의 변화로 국가의 주력산업이 송두리째 풍비박산하거나 재벌기업이 망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고 이 같은 사태의 피해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적극적인 협조를 보여 온 국민이다. IMF 때 아들딸들의 돌 반지를 내 놓은 국민들이 대다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진해운 문제는 해도 너무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재벌의 도덕적해이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은 우리나라 제1의 국적선사로 과거 한때 한국의 자랑이었다. 1977년 국내 최초 컨테이너 전용 해운선사를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창업했다. 조중훈 창업주가 2002년 사망하면서 아들 형제들이 한진그룹 계열사를 나눠 가졌다. 한진해운은 삼남 조수호 회장이 맡았다.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을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로 성장시켰다.

최은영 회장은 바로 조수호 회장의 부인이다. 조수호 회장이 2006년 별세한 후 최 회장이 한진해운을 경영했다. 최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조카이며 박근혜 대통령과 성심여고 동문이다. 경영난에 봉착하자 지난해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최은영 회장은 1000억원이 넘는 사유재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10여억원의 이익을 얻고자 남편의 유업인 한진해운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은 뭔가 꼼수가 있다고 추정된다는 것이다. 만약 한진해운이 다시 살아난다면 다시 경영권을 확보해서 자신의 딸들에게 넘겨주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수조원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돼야 한다. 현재 한진해운의 소유주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어려움이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때문에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한진해운은 수천 명의 노동자를 해고하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다시 살아날 것이다. 사주가 바뀌는 여타 부실기업과는 좀 다르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재주는 정부가 부리고 이익은 부실의 책임이 있는 최은영 전 회장을 비롯한 조양호 한진그룹 로열패밀리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조선이나 철강 산업은 막대한 시설이 필수적인데다 중국이라는 신흥국이 너무도 발 빠르게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국내 해운업도 장기 불황과 경영 부실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진해운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사태를 키운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이는 등 국민들의 고통이 크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먹튀’논란은 그래서 그 책임을 끝까지 추궁해야 한다.

/이상휴 광주·전남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