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면세점 대첩' 개막
서울 시내 '면세점 대첩' 개막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6.05.1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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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남대문 신세계·동대문 두타면세점 개장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의기투합…기존 롯데에 이랜드까지 5파전
▲ 새로운 모습 선보이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연합뉴스

서울 시내 면세점 분포 지형이 재편될 전망이다.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신세계면세점과 두타면세점이 이번 주중 개장할 예정으로 재계 3~4세 면세점 경쟁은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잃은 SK 워커힐면세점이 오는 16일로 24년간 이어온 영업을 종료한다. 반면 이틀 뒤인 18일에는 남대문과 동대문에 새로운 면세점이 오픈한다.

신세계는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8~12층, 5개 층에 1만3884㎡ 규모의 면세점을 연다.

본점 신관 5개층을 사용하는 신세계면세점은 8층 럭셔리부티크, 9층 시계·주얼리, 10층 화장품, 11층 가전·식품, 12층 술·담배를 구성했다.

신세계가 이번에 선보이는 시내 면세점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44)이 맡아 경영한다.

신세계는 백화점 본점과 면세점 매장을 조화롭게 구성,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을 2015년 기준 5.2%에서 2016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면세점 첫해 매출 목표는 1조5000억원이며 2020년까지 10조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의 맏아들 박서원 두산 전무(38)가 진두지휘하는 두산면세점은 동대문 두산타워 7층부터 15층까지 9개 층을 활용해 연면적 1만6825㎡ 규모로 문을 열 예정이다.

두산은 연간 700만명가량이 찾는 동대문에 자리한 입지적 장점을 바탕으로 첫해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두산은 롯데면세점에서 공들이던 상한가를 달리는 배우 송중기를 모델로 영입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프랑스 파리의 샤넬, 루이뷔통 등 명품업체 본사를 방문해 면세점 입점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문을 연 면세점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이 문을 열면 롯데면세점 소공점과의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 업계 매출 1위인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공간 확장으로 신세계의 도전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백화점 본점 식당가로 사용되는 12층을 면세점으로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7월 개장을 목표로 하는 공사가 끝나면 현재 약 1만3400㎡인 롯데면세점 소공점 매장 면적은 20% 정도 늘어난다.

지난해 연말 문을 연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과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신규 면세점으로서는 처음으로 최근 루이뷔통·디올·펜디·불가리 등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20여개 브랜드 유치에 성공했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명품 유치 노력을 계속하면서 각종 할인 및 경품 이벤트 등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유찰을 거듭하던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에는 롯데와 신라 등 4곳이 도전했다. 공항공사는 조만간 낙찰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다만 김포공항 면세점 운영사 선정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13일 마감 결과 복수의 입찰 참여업체가 나오지 않아 다시 유찰됐다.

서울 시내면세점이 추가 허용되자 적자투성이인 공항 면세점의 매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업체들이 입찰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3~4세 경영인들이 오픈하는 신규 면세점들이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해 기존 롯데, 동화 면세점 등과 고객 유치를 놓고 어려운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관계당국에서 현재 추진 중인 연말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를 추가 선정키로 한 가운데, 최근 오너일가로 사령탑에 복귀한 최신원 회장의 SK네트웍스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또한 출사표를 던진 상태여서 경쟁은 한층 더 뜨거워질 조짐이다.

특히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합종연횡 움직임까지 나타냈다.

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와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를 설립하기 위해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국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유통 대기업이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DC신라면세점은 현재 현대산업개발이 운영하는 용산 아이파크몰 4개층에 연면적 1만2000㎡의 국내 최대 규모 면세점을 지을 계획이다.

이랜드도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재도전한다. 중국 완다그룹과 합자하기로 한 여행사업,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일대 건립 중인 호텔사업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면세점 부지는 마포구 서교동에 건설 중인 5성급 ‘켄싱턴 호텔’을 활용할 방침이다.

중국 유통 대기업인 완다그룹과의 공고한 파트너십을 통해 중국 사업에서 유통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이를 국내 면세사업에 활용하면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이랜드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브랜드 유치전이 이미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면세점 매출 실적에 따라 재계 3~4세 경영인들에 대한 평가도 엇갈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기업 독과점 우려로 서울시내면세점 전쟁을 실시했던 초반 의도와 달리 기존 대기업들에게 신시장 개척의 기회만 제공한 셈이 됐다는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 편중된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고자 시도했던 정부의 의도가 유명무실해 졌다"며 "현재와 같이 운영 업체가 늘어나다 악재가 발생하면 1980년대 후반처럼 구조조정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아일보] 서울/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