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우 옥시 전 대표 "'내 연기' 아니라 '내 얘기'였다"
신현우 옥시 전 대표 "'내 연기' 아니라 '내 얘기'였다"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6.05.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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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심사 출석해 "마음속 깊이 사죄"… 오늘 밤 구속 여부 결정
▲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신현우 전 옥시 대표가 1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초래한 신현우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신현우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으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 한 시간여 전인 오전 9시1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이후 신 전 대표는 오후 1시 15분께 조사를 받고 법정에서 나오면서 '혐의를 인정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변호인이 충분히 설명드렸다. 판사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많은 고통을 드리고 피해를 준 데 대해 다시 한 번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신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1차 소환 때 검찰청사 앞에서 피해자·유가족에게 사죄한 뒤 조사실로 향하며 변호인에게 '내 연기 어땠냐'는 식으로 말했다는 뉴시스 보도에 대해선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는 "그날 너무 떨리고 긴장해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여서 말실수한 게 없는지 변호인한테 물어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행했던 변호인 역시 따로 언론에 "검찰 측이 들었다는 워딩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혹시라도 '내 얘기'를 '내 연기'로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상태다.

신 전 대표는 이날 3시간 가까이 이어진 심문에서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독성실험 필요성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국 본사가 제품 제조와 시판을 승인했으며 자신은 본사의 지시에 따른 것뿐이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대표와 함께 영장이 청구된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와 옥시 전 연구소장 김모씨, 선임연구원 최모씨 등 3명의 심문도 같은 곳에서 진행됐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면서 흡입 독성 실험 등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이 같은 내용을 연구소 직원들에게 보고받고도 이를 묵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제품이다.

검찰은 정부가 공식 인정한 피해자 221명 중 이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를 177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중 사망자는 70명이다.

한편 오 전 대표도 이날 오전 예정된 시간보다 한시간여 일찍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그는 법정에서 제품 제조·판매 과정에서의 부주의 책임을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대표는 인터넷과 국내외 논문 등을 참조해 졸속으로 유해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만든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세퓨 제품으로 인한 피해자는 사망자 14명 포함 27명(검찰 집계)이다.

신 전 대표와 오 전 대표, 옥시 관계자 2명 등 4명에 관한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