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영국 포츠머스대학 국제관계학 강사 톰 스미스가 쓴 ‘필리핀 지도자가 훨씬 나쁘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동남아 정치·종교분쟁 전문가인 스미스는 기고문을 통해 “두 사람은 욕을 많이 하고 ‘정치적 올바름’에 어긋나는 언행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유사성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정치 경험이 없는 트럼프와 달리 두테르테는 경험이 많으면서도 교활한 정치인이라 소개하고 이번 대선에서 압승해 이미 상당한 국내외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음을 지적했다.
스미스는 두테르테가 검사 출신이며 그와 그의 가족은 강력한 정치파벌로 성장해 왔음을 언급하며 “두테르테가 트럼프와 비슷한 정치적 아웃사이더의 이미지를 키워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22년간 다바오 시장을 역임하고 하원의원까지 지냈지만, 언론의 철저한 검증이 없었기에 자신을 부패한 기존 체제에 맞서는 자로 포장할 수 있었다는 게 스미스의 설명이다.
또 스미스는 두테르테는 기행과 독설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와 달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처럼 독재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차이점으로 제기했다.
두테르테는 대통령 당선 최우선 공약으로 ‘취임 6개월 내 범죄 근철’을 내세웠다. 이에 지지자들 사이에선 계엄령 선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스미스는 이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가 미국에서 계엄통치를 할 수 있거나 시도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집권은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 온 ‘아시아 회귀’ 전략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두테르테는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관련 협상이 ‘미국의 태평양 완충지대’로 이용되는 것보다 필리핀에 이로울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온 바 있다. 스미스는 이 점을 지적하며 두테르테가 자국 내 미군 주둔 비용 등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미스는 “트럼프와 두테르테 두 사람을 비교하는 기사는 클릭 수를 높이는 소재로는 좋겠지만 부정확하며, (필리핀내 문제를 미국인의 눈으로 왜곡해 바라보는) 문화제국주의적 접근이 될 위험도 있다”면서 “공화당 대선후보와의 겉으로만 그럴싸한 비교 없이도 두테르테는 충분히 위험한 인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신혜영 기자 hyshin@shina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