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의 날’ 미세먼지 농도 높았다
‘푸른 하늘의 날’ 미세먼지 농도 높았다
  • 온케이웨더
  • 승인 2016.05.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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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대회 등 야외행사 열려…환경부 미세먼지 권고 무용지물

수도권대기환경청이 지난달 3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2016년 '푸른 하늘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맑은 공기의 소중함을 알리고 푸른 하늘 만들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비롯해 일반 시민 200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에는 김혜선 기상캐스터와 안상태 개그맨이 사회를 맡아 9회 하늘사랑 그림 공모전 시상식을 진행하는 한편 행사장 곳곳에서는 반포한강공원 순환길(3.5km)를 따라 걷는  4회 하늘사랑 걷기대회’, ‘가족과 함께 2 3 등 다양한 야외 행사가 열렸다.

 

푸른 하늘의 날은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2005년부터 환경부가 지정한 날로, 2006~2007년까지 2년 동안은 세계 차 없는 날(9 22)과 병행해 기념식을 개최했으나 지난 2012년부터 5 2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번 행사의 취지는 최근 황사와 고농도 미세먼지의 발생이 잦아져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만큼 시민들이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의 소중함을 느끼고,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푸른 하늘을 만드는 생활수칙을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자극하고 환경 개선을 위한 시민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주최 측의 미세먼지에 따른 시민들의 건강 영향에 대한 고려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민간기상기업 케이웨더에 따르면 지난 30()은 서풍계열 기류를 따라 유입된 국외 대기오염물질의 영향으로 경상도를 제외한 전국이 한때 나쁨 단계를 보였다.행사장인 서초구 일대의 미세먼지 농도(PM10)는 오전부터 시간당 80~90/를 육박했던 것으로 기록됐다.

 

이는 환경부 기준 미세먼지 농도 나쁨 단계에 해당하는 수치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81~150/)’ 단계일 때 노약자나 폐질환자의 장시간 실외활동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푸른 하늘의 날 행사장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걷기대회는 물론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야외에서 운영·전시했다. 또한 수도권대기환경청은 누리집에서 사전에 행사 참가를 신청한 시민을 대상으로 행사장에 방문한 1000명에게 보건용 마스크 등을 기념품으로 증정했으나, 실제로 행사장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많지 않아 환경당국의 미세먼지 예보 및 경보, 권고안 등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봄철 야외에서 개최되는 행사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24일 대구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213/(매우 나쁨 단계)까지 치솟아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지만 시민들이 참여하는 자전거 대회를 강행해 빈축을 샀다.

 

당일 일부 동호인·시민들 사이에선 공기 질이 나쁜 상황에서 참가자들의 건강악화가 우려되는데도 행사를 강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한 시민은 야외 운동 특성상 마스크를 해도 공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 대회 주최 측이 시민건강을 좀 더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온라인 대기 정보 시스템을 통해 어린이, 노약자, 폐질환 및 심장 질환자는 실외 활동을 가급적 자제하여 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공지만 올렸을 뿐 실외 활동에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환경부의 미세먼지 특보 발령,행동 가이드라인 등이 무용지물인 것이 확인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할 법적장치가 미흡하고 정부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우리나라 미세먼지 기준치 자체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수준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환경부는 미세먼지(PM10)의 권고기준을 80/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WHO24시간 당 50/ 이상을 권고기준으로 삼고 있다. 즉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WHO가 정한 수치보다 더 높은 농도를 기록해도 보통 단계로 표기된다는 뜻이다.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 허용 기준도 WHO 10/인 반면 우리나라는 25/이다. 이는 일본과 중국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기준인 15/와 비교해 봐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미세먼지·초미세먼지에 대한 국내 기준이 상당히 느슨한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2년 한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5.2/m³이었다. 세계 주요도시인 런던(16/m³), 파리(15/m³), 뉴욕(13.9/m³) 보다 높은 수치다.

 

WHO는 연평균 PM2.5기준 10/을 넘는 환경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호흡기 또는 폐암사망률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13 WHO는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환경부의 미세먼지 허용 기준치가 높은 만큼 국내 규정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 보통 단계로 발표가 된 날에도 외부 활동을 오래할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당국의 미세먼지 예보 및 권고안을 믿고 야외활동을 하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관대한 미세먼지 기준은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최유리 온케이웨더 기자 YRmeteo@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