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 경영 악화, ‘불리한 수주계약’이 부채질”
“조선3사 경영 악화, ‘불리한 수주계약’이 부채질”
  • 박정식 기자
  • 승인 2016.05.0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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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헤비테일 수주 방식… 차입금 규모 5년 새 14조 늘어”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국내 대형 조선 3사 차입금 규모가 2010년 이후 5년 새 14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이유는 불리한 수주계약 방식 탓으로 꼽히고 있다.

8일 각사의 사업보고서와 금융권 분석 결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현대미포·현대삼호 포함)의 차입금 규모는 2010년 말 10조원에서 작년 말 23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매년 2~3조원 규모로 차입금이 늘어온 것이 5년 새 14조 원 가까이 불어났다.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이 기간 2조5000억에서 7조9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삼성중공업은 2조4000억원에서 4조7000억원으로, 현대중공업은 5조2000억원에서 11조4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금융권과 조선업계는 조선3사의 차입금 규모 확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조선사에 불리해진 수주계약 관행 변화에 있다고 꼽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글로벌 해운업 호황으로 선박 발주가 줄을 이으면서 조선 3사는 선박 건조 단계에 따라 선주로부터 선박대금을 균등히 지급받는 계약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과 조선업 동반 침체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는 시점에 대금의 절반 이상을 지급받는 계약(헤비테일 방식)이 보편화 됐다.

이에 조선사들은 선주로부터 충분한 자금이 들어오지 않거나, 중간에 발주를 취소하면 재무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결국 운영자금이 부족하게 돼 차입금을 늘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이 자금난에 처해 채권단으로부터 4조원대의 대규모 자금을 공급받게 된 것도 부실 경영 외에도 불리한 수주 방식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이 같은 헤비테일 수주 방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 측은 수주가뭄이 심화되면서 작은 선박 발주 하나에도 전 세계 조선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드는 상황인 만큼 헤비테일 방식을 거부하면 수주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바뀌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아일보] 박정식 기자 js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