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유리한 결과 나온 실험 보고서만 수령
옥시, 유리한 결과 나온 실험 보고서만 수령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6.04.2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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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성 실험 불리한 결과 나오자 연구팀에 2차 보고서 요구
▲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영국계 옥시레킷벤키져(옥시)가 유해성 실험 보고서에서 자사에 유리한 결과만 나온 보고서만 수령해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옥시는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역학 조사 결과를 반박하고자 서울대 연구팀에 실험을 의뢰했다.

서울대 수의과대 C 교수 연구팀은 옥시의 의뢰로 원료 물질인 PHMG 저농도 실험을,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는 고농도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은 2011년 10∼12월 석달 간 임신한 쥐를 활용해 PHMG가 뱃속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는 생식독성 실험과 일반 쥐를 대상으로 한 흡입독성 실험, 2가지 형태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C 교수팀은 그해 11월14일 먼저 생식독성 실험 후 임신한 쥐 15마리 중 13마리의 새끼가 죽었다는 결과를 중간보고 형태로 옥시 측에 알렸다.

실험결과를 받아든 옥시는 급히 C 교수팀에 생식독성실험과 흡입독성실험 보고서를 각각 만들어달라고 요구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내용이 담긴 최종 보고서만 챙겨 간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과정서 옥시는 연구용역비 2억5000만원 외에 C 교수 개인계좌로 수천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옥시는 올 1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자사에 유리한 흡입독성실험 보고서만 검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근 이를 확인하고 먼저 나온 생식독성실험 보고서를 확보하고 이 같은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르면 내일부터 옥시의 제품 제조 파트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잇따라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C 교수팀이 흡입독성 실험 데이터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연구팀이 옥시의 부탁을 받고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손봤는지, 연구팀과 옥시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