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밖 세상] 장애인의 날, 우리의 편견이 그들을 아프게 한다
[렌즈 밖 세상] 장애인의 날, 우리의 편견이 그들을 아프게 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4.1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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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 부국장

 
매년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그런데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술로 인해 만들어진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는 기억해도 국가지정기념일인 장애인의 날을 아는 경우는 드물다.

우연히 일을 하다가 탁상달력을 보았더니 오늘이 ‘장애인의 날’이었다. 한번쯤은 꼭 꺼내고 싶었던 이야기를 오늘 꺼내볼까 한다.

가까운 지인의 아들 이야기다.

30대 초반의 그는 선천적 장애가 아닌 후천적 장애로 초등학교 시절 지체장애 2급을 판정받았다.

근육이 마비되는 희귀병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시작된 것인데 일반 근육병과는 달랐다.

그의 부모는 전국 유명 병원, 한의원 등을 찾아 헤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에 다다랐다.

처음에는 일명 까치발 걸음으로 시작한 장애 증상이 점차 심해지면서 걷기 힘들어졌고 나중에는 휠체어 없이는 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사이 국내 굴지의 대학병원에서 수술과 시술, 투약 등 엄청난 시도를 했으나 차도는 없었다.

그의 엄마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매일 그를 업어서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는 일을 반복하며 살았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돌팔매도 맞았고, 병신이라는 모욕도 들으면서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래도 사회적 약자를 감싸는 좋은 사람들 덕분에 꿋꿋하게 버텼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의술이 뛰어나다는 병원에 연구 대상자로 등록 돼 있다.

그 병원에서도 손꼽히는 교수가 수차례 그를 주제로 한 논문을 썼고 해외 학회에도 보고된 상황이다.

엄마 도움 없이는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가 그 교수와 만난 지 15년이 지난 지금 혼자 걷고, 혼자 운전하며, 회사에 다니고, 장애인 스포츠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 기적이다.

물론 교수가 처방한 신약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면 그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보고된 바 없는 희귀병 환자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들을 써내려 가자면 몇 날 며칠 밤을 새워도 모자를 것이니 생략하겠다만은 현재 성인이 된 그가 늘 하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사는 것 중에 가장 힘든 것은 불편한 도로나 교통문제가 아닌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이라하면 일단 피하고 본다.

그가 휠체어를 타던 시절, 불과 6~7년 전이다.

강아지를 안고 산책을 즐기던 중에 동네 꼬마가 강아지를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엄마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가지마, 더러워”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아이가 “엄마, 아기 강아지야” 했더니 “아니, 저 사람 옆에 가지말라고”라며 소리를 쳤단다.

황급히 자리를 옮겨 집으로 들어간 그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몇 시간을 펑펑 울었다고 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느끼며 산게 하루이틀도 아닌데 편견 없는 아이에게 편견을 만들어주던 그 엄마의 행동에 단단히 상처를 입은 모양이었다.

지금은 그의 장애를 한눈에 발견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그가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얼마나 아팠는지 너무도 잘 알기에 먹먹함을 꾹 누르고 이 글을 쓰게 됐다.

우리와 동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장애인들이 그와 같이 아파하고 있지는 않는지, 혹시 그들을 아프게 한 가해자가 나는 아니었는지 생각해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상길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