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확보 실패·텃밭 뺏긴 새누리… 총선 '대패'
과반 확보 실패·텃밭 뺏긴 새누리… 총선 '대패'
  • 이재포 기자
  • 승인 2016.04.14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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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실은 초상집 분위기… 내홍 심화될 듯
박 대통령 레임덕 가시화될 수도
▲ 13일 밤 서울 여의도 새누리 당사에 설치된 20대 국회의원선거 종합상황실이 모든 당직자가 빠져 나가 썰렁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의 13일 20대 총선 개표결과는 기대와는 달리 그야말로 '대패'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4일 새벽 1시 50분 현재 서울지역에서 더민주는 35곳에서 당선을 확정지었거나 1위를, 새누리당은 12곳에서 당선됐거나 1위를. 국민의당은 2곳에서 1위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영남권에서 15석 이상을 잃었으며, 굳건할 것 같던 서울 강남 4구에서마저 반타작에 그쳤다.

이날 여의도 당사 2층에 마련된 새누리당 개표 상황실은 이미 출구조사때부터 과반의석 확보가 여의치 않은 것으로 나옴에 따라 '초상집' 분위기를 면치 못했다.

오후 6시 출구조사부터 지켜보던 강봉균 중앙선대위원장과 원유철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렵다는 예측에 30여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원 원내대표는 출구조사만 지켜본 뒤 자신의 지역구인 평택으로 돌아갔다.

그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 걱정이 많지만 희망을 갖고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말만 남겼다.

강 위원장도 출구조사 보도가 끝난뒤 자리를 떠 다시 상황실을 찾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과로로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퇴원해 모처에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에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새누리당 상황실에는 비례대표 후보자와 당직자 일부만이 남아 침통한 표정으로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조용한 침묵 속에 간간히 탄식만이 들려왔다.

▲ 13일 밤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 20대 국회의원선거 종합상황판이 당선 축하 스티커 대신 그림자만 가득 차 있다.ⓒ연합뉴스
새누리당 상황실 뒤편에 마련된 대형 종합상황판은 단 1장의 스티커도 붙지 못한채 썰렁한 분위기만 자아냈다.

새누리당은 안형환 중앙선대위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뜻을 뼛속 깊이 새겼고, 반성하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도부는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등에게 이번 선거 참패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의 텃밭인 대구 지역에서 참패하게 된 원인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등 친박계가 주도한 비박계에 대한 공천 학살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로 인한 친박과 비박 사이의 갈등도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는 김 대표의 '옥새 파동'으로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비박계는 공천 파동의 주된 원인이 친박계가 공천 학살을 주도했기 때문이라며 공방을 벌일 확률이 크다.

문제는 총선 패배를 둘러싼 책임론이 제기되고 친박계와 비박계간 갈등이 고조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해줄 여당의 지원사격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점이다.

여기에 정권심판론이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의 국정 동력은 급격히 힘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민 의원 등 무소속으로 당선된 비박계 인사들의 복당 논의 역시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아일보] 이재포 기자 jp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