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밖 세상] 테러방지법안 타령하던 정부 ‘노오력’ 하고 있나
[렌즈 밖 세상] 테러방지법안 타령하던 정부 ‘노오력’ 하고 있나
  • 신아일보
  • 승인 2016.04.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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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가 요란하다 했던가. 테러방지법 통과를 목청껏 외치던 정부의 패기는 어디로 간 것일까.

경찰은 공무원시험 수험생 송모씨(26)가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침입해 컴퓨터에서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사건에 대해 송 씨의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대학생 송씨는 지난달 초 정부서울청사 1층 체력단련실에 들어가 공무원 신분증 3장을 훔치고, 이 신분증을 이용해 6차례나 정부서울청사를 휘젓고 다녔다.

그는 청사 채용관리과 사무실 벽면에 청소용역 직원들의 업무상 편의를 위해 적어 놓은 4자리 숫자를 보고 사무실에 출입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또 채용 담당자의 컴퓨터에 걸린 비밀번호는 자신의 USB에 담아온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풀었다.

이윽고 송 씨는 자신이 응시한 지역인재 7급 공무원 필기시험지의 유출을 시도한 것은 물론 자신의 성적을 조작하기까지 했다.

서울 한복판 정부청사의 경비와 공직자의 보안 수준이 조력자도 없는 대학생 혼자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뚫을 만큼 허술하다는 이야기다.

청사 경비와 방호, 전산장비 보안, 당직근무 등 정부청사의 보안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니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공시생 송 씨가 취업에 목마른 대학생이었기에 망정이지 테러범이었다면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전자정부’라고 자화자찬하던 정부가 북한의 잇단 도발로 테러경계령까지 내리고 전국에 경계태세를 강화했던 시기에 발생한 일이니 더욱 놀랄 노자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자치부는 정보보안지침 준수 여부 등 인적 실수에 의문을 제기하고, 인사처는 행정전산망의 취약한 보안 문제를 지적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느라 바쁘다.

누가 더 무능력한지 왈가왈부 할 때가 아닌데 말이다.

여기에 정부청사관리소가 민간 건물을 빌려 쓰는 기관의 방호는 그 기관의 책임으로 보고 그저 방관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사이버테러 우려가 크다며 사이버 테러방지법안 타령만 하던 정부가 사실상 내부 통제와 방호에는 손을 놓고 있던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테러위험 속에 살고 있다. 북한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등에 의한 테러에 대비해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한 사람이 국가의 안일함을 밝혀냈고, 황교안 국무총리의 말대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안보포기 정부’라는 낙인을 받을까 두려운지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부심한 모습이다. 늘 그래왔듯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니 코웃음만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2년 10월 60대 남성이 가짜 공무원 신분증으로 정부 서울청사에 침입한 뒤 불을 지르고 투신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보안을 대폭 강화한 바 있다.

‘3년 연속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라는 타이틀을 다시 거머쥐고 싶다면 정부는 처음부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7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죄를 지어야 하는 세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기 위한 노력도 기울인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겠다.

정부여, 최소한 공시생 송 씨가 이번 사건에 기울인 노력보다는 더 ‘노오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민형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