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세회피 의혹 195명 명단을 공개하라
[사설] 조세회피 의혹 195명 명단을 공개하라
  • 신아일보
  • 승인 2016.04.05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외탈세는 공평과세 비웃는 악덕행위
신속하게 파악해 세무조사에 착수해야

전직 대통령 아들을 포함한 한국인 195명의 역외탈세 의혹이 또다시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현재 정밀 검토하고 있는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는 1150만 건이라고 한다. 앞으로 이 자료가 모두 공개되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지난 4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중미 파나마의 최대 로펌이자 ‘역외비밀 도매상’으로 악명이 높은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1977-12015년 기록을 담은 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노재현 씨가 2012년 5월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회사 3곳을 설립해 주주 겸 이사에 취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폭로했다.

뉴스타파는 이번 자료에서 주소를 한국으로 기재한 한국인은 모두 195명이라고 밝혔다. 해외 인사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전·현직 각국 정상과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를 비롯한 유명인들이 대거 포함됐다고 한다.

물론 노 씨가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것 자체는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한 페이퍼 컴퍼니를 조세피난처에 설립했으니, 상식적으로 볼 때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조세피난처에서는 법인을 손쉽게 등록할 수 있다. 경영정보나 금융거래 내역의 비밀이 철저하게 유지된다. 그래서 탈세와 돈세탁의 온상으로 지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조세피난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협의를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 자녀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은 노 씨만은 아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도 2004년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2013년 드러난 바 있다. 노 씨가 만든 페이퍼컴퍼니도 전 씨가 설립한 것과 거의 구조가 비슷하다고 한다.

따라서 노 씨가 세무당국이나 금융당국의 감시가 미치지 않은 조세회피처에 어떤 목적과 의도로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는지 소상히 밝혀져야 한다.

국세청은 국제적인 공조체제를 가동해 한국인 명단을 확보하고 탈세 혐의와 관련 세원이 포착되는 경우 즉각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만큼, 신속하게 사실 확인에 나서 의혹을 규명하기 바란다.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다면 엄단해야 할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자녀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도덕적 비난을 받을만 하다.

모든 국민은 노 씨가 ‘노태우 비자금’을 은닉하기 위해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할 것이다.

역외탈세는 공평과세를 비웃는 악덕행위이다. 돈세탁 등 불법 자금거래나 다름없다. 단순한 조세회피가 아니다.

국부를 해외로 유출시킨 범죄다. 그런데 한국의 역외탈세는 해마다 늘고 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해외거래가 늘어남에 따라 역외탈세는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고 한다.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탈세자 223명에게 1조2861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뉴스타파가 폭로한 195명도 역외탈세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세청은 이들 195명의 명단을 입수해 즉각 공개하고 개인·법인을 신속히 파악해 세무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명단을 공개하고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아야 두 번 다시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오너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을 경우, 그 회사의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여서라도 조세정의에 어긋나는 역외탈세 등 탈·불법 행위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195명이 누구이며, 어떤 기업인지 국민들은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