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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톡톡] 초등 신입생 엄마는 회사에 다니면 안 된다?
[워킹맘 톡톡] 초등 신입생 엄마는 회사에 다니면 안 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4.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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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두 아이가 올해도 빠른 적응을 보여 신학기증후군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것 같았는데 어제 전화에 새로운 걱정이 시작됐다.

지난 1월 회사를 관둔 직원의 안부전화가 발단이 됐다. 잘 지내냐는 등의 안부를 주고받다가 조금은 놀라운 이야기를 접했다.

그 직원은 올 초 친정이 있는 부산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10년 넘게 다닌 회사를 관뒀었다. 그동안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육아를 대신 책임져 주셨지만 남편의 직장문제 등으로 인해 친정 근처로 옮기게 된 것이었다.

10년 넘게 일을 하다가 갑자기 쉬게 되면 얼마나 허전할까 우스갯소리로 함께 걱정했었는데 이사를 가자마자 큰 아이 초등학교 입학 등으로 인해 심심하거나 허전할 틈이 없다는 것이었다.

10년 넘게 편집기자로 근무하면서 단 한 번도 큰 소리를 내본 적 없는 천상여자인 그녀는 무슨 일에도 나서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었다. 오랜 시간 함께 근무하면서 그녀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내가 그녀의 한마디에 탄성을 내뱉었다.

서울에서 이사 온 8살짜리 딸아이의 빠른 적응을 위해 학부모운영위원회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물론 보통 사람들이 듣기엔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아이를 위해 엄마가 운영위원회를 한다는데 그게 뭐 놀라운 일인가. 하지만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오 마이 갓’을 외쳤으니 그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발단은 그랬다. 학교 입학식에 갔더니 같은 유치원, 어린이집을 다녔던 아이들끼리 삼삼오오 몰려 있었단다. 물론 엄마들도 집단으로 모여 있었고 그 무리들 가운데 자기 모녀만 덩그러니 서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학급이 정해지고 교실로 들어가 짧게 입학 의례를 가졌는데 유독 서울말이 도드라지는 딸아이에게 이목이 집중된 것이었다. 수근수근, 아이들도 엄마들도 서울에서 온 이 모녀를 두고 뒷담화 아닌 뒷담화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아이의 빠른 적응을 위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친구를 만들어주고자 운영위원회라는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걷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해주는 말이 요즘은 ‘엄친딸’이랑만 노는 게 트렌드란다. 엄친딸이란 말 그대로 엄마들끼리 친해야 애들도 친해진다는 것이다.

운영위원회 모임이 시작되고 같은 그룹의 엄마들이랑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으면서 비로소 딸아이와 어울리려는 친구들이 생겨났고 지금은 서울말을 쓰는 이 딸아이에게 꽤나 많은 친구가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들끼리 하는 말을 전해주는데 가관도 아니다. 요즘엔 아기 낳자마자 3개월 만에 복직하는 것은 흉이 아닌데 초등학교 입학 때 육아휴직을 안 쓰고 계속 일을 강행하면 흉이 된단다.

물론 겁을 주려거나 벌써부터 기분 나쁘라고 전해준 말이 아닌 진심으로 일 년 뒤 내 모습을 걱정해서 전해준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참 씁쓸했다.

전화를 끊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년이면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작년에 윗집 사는 언니가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회사를 관뒀던 것이 생각났다. ‘1학년 때는 어쩔 수가 없나봐’ 하면서 고개를 저었던 모습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쳤다.

먼 얘기라 생각했었는데 이제 곧 내가 그 고민을 하게 되는 기로에 놓였다. 작은 아이를 임신하고도 출산 일주일 전까지 근무를 했던 나였다. 그런데 일 년을 쉬게 되면 많은 것이 변화될 것이다.

물론 회사에서도 반길 리가 없다. 누군가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 것인지 알기에 내 자리를 비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쩌면 나는 잠깐 멈춰야 할지도 모르겠다. 벌써부터도 답답하다. 맞벌이가 감당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도 억울하다. 워킹맘들을 철저히 왕따 시키고 자기들만의 굴레를 만들어 아이들까지도 그 집단화에 끼워넣기 하는 그 엄마들도 밉다.

생계형 워킹맘들은 어쩌라고 그런 집단화를 시작했는지, 그 작은 동네에서 우리아이가 받게 될 상처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저리다. 그런 집단화는 이미 어린이집 때도 있었다.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는 워킹맘 왕따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고 있다. 머리가 크면서 생각도 자라나는 시기에 엄마들이 누구와 놀라고 친구를 지정해주는 현실이 과연 정상적인 시스템인지 생각해볼 문제긴 하다.

담임교사도 으레 일하는 엄마들을 반기지 않는다는 얘기 또한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초등교사인 중학교 동창 역시 1학년 때는 꼭 아이를 직접 양육하라고 조언한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너무나도 벅차고 아프다. 아직은 일 년 가까이 시간이 남아있지만 오늘부터 내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겠다. 아이를 위한 엄마, 나를 위한 나. 둘 다 있을 수는 없나보다.

/고아라 편집국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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