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트럼프 막말에 무대응 일관은 안 된다
[사설] 美 트럼프 막말에 무대응 일관은 안 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4.0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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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만·닉슨·카터, 종전 공약으로 당선
무식·무개념에서 온 망언은 아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유력후보의 막말이 점입가경이다. 이번에는 한국과 일본 핵문제, 북한과의 전쟁 관련을 마구 쏟아내 비난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의 한반도 막말은 지난해 8월, 방송국의 토론회에서 부터이다. 당시 트럼프는 주한미군의 주둔비를 가지고 시비를 벌였다.

트럼프는 막대한 주둔비를 미국이 부담하면서 한국을 지켜주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부자나라인 한국을 더 이상 도와줘선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트럼프가 한미동맹과 세계정세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라며 흘려버렸다.

그런데 트럼프의 막말이 도를 더해 이제는 조롱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결과적으로는 침묵이 한국을 더욱 깐히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국익에 반하는 언동에 더이상 무대응 해선 안 된다.

과거 해리 트루먼, 리처드 닉슨, 지미 카터 등이 “해외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고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점을 잊었는가.

트럼프는 지난 2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로스차일드에서 선거 유세를 하면서 청중들에게 한반도 유사시 미국은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는 연설 도중 “핵무장을 한 북한이 한국, 일본을 대상으로 전쟁을 벌인다면 끔찍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그건 그들이 알아서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는 이런 주장을 펼친 뒤 “행운을 빈다, 당신네끼리 즐기라(Good luck, Enjoy yourself, folks)”는 말을 했다.

일국의 대통령 후보가 동맹국에 대한 의무가 무엇인지 모르는 말을 내뱉고 있다.

트럼프는 한미방위조약 자체를 무시하는 발언을 한 뒤 “북한과 한국의 정전협정을 지키고 ‘미치광이 김정은’을 저지하기 위해 주한미군 2만8000여 명이 주둔해 있는데, 우리가 얻는 것이 뭐냐”고 반문하면서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어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지금까지와 같이 우리 돈으로 그들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그들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거나 스스로 지키도록 만들 것”이라고 자신하며 “북한을 막으려면 일본이 재무장을 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보다 빨리 북한을 제거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과 일본을 향해 “미군 주둔비용을 전액 부담하라”는 기존의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한미방위조약을 없애겠다는 뜻이다.

트럼프가 일관되게 한미 동맹을 무시하고 이것도 모자라 조롱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은 우리의 침묵도 일조했을 수가 있다.

반면 트럼프에 모멸을 당한 멕시코는 전현직 대통령까지 나서 트럼프 막말을 규탄하고 있다. 멕시코 전현직 대통령들은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마약 강간사범으로 비하하고 멕시코 돈으로 국경에 철책을 세우라고 멕시코를 공격했다.

멕시코시티에서는 트럼프 화형식까지 있었다. 이 밖에도 독일 네델란드 등 모멸당한 국가들의 규탄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우리가 외국을 따라 갈 수는 없는 일이지만 우리의 안보가 걸린 망언을 쏟아내는 입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가 조용히 트럼프 캠프를 찾아 로비를 벌이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국내 많은 정치 단체들이 이러한 때에 아무런 의견제시를 하지 않는 것도 의아하다.

트럼프의 막말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동원해 범국가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된다. 트럼프의 탈 분쟁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