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성 근로자 부당 대우’ 금복주 사태를 보면서
[칼럼] ‘여성 근로자 부당 대우’ 금복주 사태를 보면서
  • 신아일보
  • 승인 2016.04.0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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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근 기자
 

‘여성 근로자 부당 대우’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금복주가 최근 피해 여직원과 합의를 본 것으로 전해졌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성단체 등은 “고소 취하를 합의 조건으로 요구한 것은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피하고자 하는 시도”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금복주는 국민 술로 일컬어지는 소주를 생산하는 대구·경북지역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으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고질화된 여성차별 관습이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여성 성차별 문제를 별것도 아닌 사건으로 처리한 금복주 경영진의 졸속한 대응과 사건 터진 이후 심각한 상황인데도 미국으로 출장을 떠나버린 사주의 행적도 여성과 노동단체들을 분노케 했다.

지난 59년간 대구 경북지역의 자존심으로 군림하면서 전국의 소주판매에 큰 비중을 점해 왔던 금복주가 여성 차별 문제를 가볍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태를 키웠다.

사실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금복주의 잘못이다. 조선시대에나 가능했던 남존여비 사상이 고스란히 금복주의 사주와 경영진의 관습으로 이어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금복주에서는 생산직사원을 제외한 사무직사원 중에는 여직원이 몹시 드물다고 한다. 간혹 있는 여사무원들도 결혼을 하면 군말 없이 퇴사하는 게 관습이며 전통이 돼 왔다고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A여직원의 경우 2011년 홍보팀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그런 A씨가 주임으로 승진한 것은 금복주 창업 이래 여성으로서 최초의 일이라고 한다.

A씨가 지난해 결혼소식을 알리자 인사팀에서는 관례대로 퇴사할 것을 종용했다. 이에 불응하고 출근하자 회사는 A씨를 판촉부서로 발령했다. 디자이너로 일해 온 사람을 판촉부로 보내는 것은 특기가 맞지 않으므로 나가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A씨가 판촉부서에서 일을 계속하겠다고 나서자 문제가 시작됐다. 회사 인사팀은 A씨에게 업무를 배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화를 못 하도록 유도하는 등 따돌림에 나섰다.

이때부터 A씨도 그냥 물러나지 않겠다는 여성운동가로서의 기질이 발휘된 것으로 보여진다. A씨는 “결혼을 앞두고 회사에서 퇴사 압박을 받았다”며 지난 1월 말 대구 서부고용노동지청에 회사를 고소했다.

이 같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대구 경북지역 여성들이 들고 일어나게 됐다. 금복주의 남존여비 행태가 너무 지나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금복주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금복주 경영진은 사태가 꼬이자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태수습에 나섰다.

그런데 그 수습이 오히려 사태악화에 불을 지른 꼴이 됐다. 사과문은 진정성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주는 별안간 미국으로 출장을 가는 등 여성단체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여성·노동 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전국 차원의 불매운동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7년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혼인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명시돼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업장에서 성차별이 흔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 같은 악습을 관례로 여기는 기업들도 많은 것 같다.

이번 금복주 사태는 국민 정서와 국가 정책을 위반한 행위로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복주는 과거 조선시대에나 있음직한 남존여비 행각을 관습화하면서 기업을 운영했다하니 이것이 얼마나 후진적인가. 이번 사태의 잘못을 경영주가 진정으로 깨닫지 못하면 회사의 존립까지 위협받을 수도 있다. 회사 정책의 전면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경북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