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식품조리법’ 제정을 환영한다
[칼럼] ‘식품조리법’ 제정을 환영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3.2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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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섭 전북취재본부 부국장

 
과거 우리나라의 식품문화는 어느 정도 도(道)에 가까웠다.

우리 어머님만 해도 동네에서는 정갈하고 맛있는 김치로 온 동네에 소문이 나 있었고 아버님과 우리형제는 어머님의 김치에 크나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우리 어머님뿐만 아니라 동네에서는 음식 잘하는 며느리가 몇몇이 있었는데 이들 새색시들은 시아버지의 자랑이었다.

그래서 과거 한 때는 이들 음식 잘하는 부녀자들이 음식점을 내서 성공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들 아름다운 부녀자들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며 정성을 다해 요리를 했다.

맛있는 음식의 첫 번째 비법은 이처럼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즐거워하는 마음의 자세다. 때문에 불량한 음식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과거에는 생각도 못할 일이었으며 정갈하기가 그지없었다.

아직도 호남지방에선 이 같은 여성들의 식문화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호남지방의 음식은 천하제일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식문화는 이처럼 정갈하고 정성을 다하는 부녀자들이 담당했으므로 사람들은 주방에 대해 거의 완벽하게 믿고 살아가는 것이 습관이 돼 있었다.

그러나 산업부흥기를 거치면서 외식업소들의 주방은 급변하게 되면서 식품안전문제가 점점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 업주들은 정갈하게 음식을 만들기는커녕 불량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음식 찌꺼기로 다시 음식을 제조하는 경우도 있다.

사리사욕 챙기기에만 급급해 위생 관리는 전혀 염두해 두지 않고 영업을 하다가 적발되고 있다.

기온 탓도 있지만 식재료와 조리시 위생 불량으로 인해 그 음식을 먹고 식중독을 일으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식중독 현황을 집계한 결과 총 336건 가운데 식품접객업소와 집단급식소에서 발생한 것이 전체의 85%를 차지했고 가정은 2%에 불과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외식업소의 현주소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외식업소의 위생상태가 이처럼 위험수위에 도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대부분 과거로부터 내려온 아름다운 식문화의 관습에 따라 아직도 외식업소의 위생에 대해 거의 관여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외식업소의 주방이 쓰레기통인데도 전혀 신경을 끄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맞벌이 가구가 많아지면서 외식하는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하루 1회 이상의 외식율은 2012년 25.2%이던 것이 2013년 31.7%로 높아졌고 2014년에는 32.4%로 올라갔다.

국민 3명 중 1명 정도는 하루 1번 이상 외식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외식산업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국민건강에 결정적인 해악이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다행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연내에 ‘식품조리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음식점이나 집단급식소 등에서 조리되는 음식의 체계적 안전관리를 위한 ‘식품조립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식약처의 이 같은 계획은 만시지탄이 있지만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남자들이 요리를 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새로운 식문화도 급격히 정착되고 있고 요리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많이 높아졌다.

따라서 식약처는 차제에 좀 더 완전한 ‘식품조리법’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개방형 주방을 의무화해서 주방 내 조리과정을 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주방위생 향상과 투명성을 확보해 줄 것을 강력히 요망한다.

/송정섭 전북취재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