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與 ‘공천 전쟁’, ‘저급한 계파 간 갈등’으로 치달아
[기자수첩] 與 ‘공천 전쟁’, ‘저급한 계파 간 갈등’으로 치달아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6.03.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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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공천권을 두고 새누리당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갈등은 점차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계파 간 전면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를 그리고 있다.

김무성 대표의 살생부 파문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진 새누리당의 공천 사태는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대표를 향한 ‘막말파문’으로 정점을 찍었다.

새누리당 비박계 공천관리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며칠 전 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독선을 문제 삼아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결국 이 공관위원장과 황 총장 등이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는 데 합의하면서 정상화되긴 했으나 완벽해 보이진 않는다.

이들의 충돌 계기는 김무성 대표 지역구를 경선 명단에 포함할지 여부였다는 후문이다.

황 총장은 김 대표 위상을 고려해 빨리 경선 명단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한 반면, 이 위원장은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공천 심사는 제일 마지막에 하기로 정했기 때문이란 게 그 이유였다.

이 위원장은 앞서 “공천과 관련해선 당 대표는 아무 권한이 없다. 당 대표도 공천을 안 준 적 있다”며 김 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제 막 시작되는 경선마저 모두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에 새누리당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친박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를 공천에서 떨어뜨려야 한다는 막말 전화통화 내용이 공개된 직후 이 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서울 시내에서 몰래 만났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 시점은 2차 공천 발표를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다.

당내 경선을 앞둔 시점에서 공천의 공정성을 의심해볼 만한 그림이다.

이 위원장은 친박 측이 밀어 공천관리위원장이 된 인물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결국 친박계 수장 역할로 당 대표·사무총장과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지금까지의 공천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공천은 선거의 가장 첫 관문이나 다름없다. 공정성과 객관성, 독립성이 생명이다. 그런데 이를 책임져야 할 이 위원장의 행보에서 독립성과 공정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당 공천 과정에서부터 투명하지 못하고 변한 것이 없는 상태에서의 정치혁신이라? 어불성설이다. 막장이 따로 없다.

국민에게도 눈과 귀가 있다. 보고 듣고 판단할 줄 안다.

국민은 집권당의 수준 낮은 권력다툼을 더이상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말은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하면서 현실에서는 한 명이라도 더 자기 계파쪽 인사를 공천하려는 모습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짓이나 다름없다.

나라 안팎으로 외교, 안보, 경제가 모두 불안한데 국정을 바로 이끌어야 할 집권당이 향후 당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저급하기 이를 데 없다.

부디 더이상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기를 바란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