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죽여버려” 폭언 파문
[사설]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죽여버려” 폭언 파문
  • 신아일보
  • 승인 2016.03.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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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안방에서 볼썽사나운 일
즉각 윤리위 소집 징계에 착수해야

새누리당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죽여버려”라는 섬뜩한 막말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달 27일 ‘공천 살생부’ 파문이 일자 윤 의원이 지인과의 전화통화에서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XX. 다 죽여”라고 말했다는 녹취록이 한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윤 의원은 또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트려 버리려 한 거야”라는 등 격한 표현을 했다고 한다.

김무성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김 대표의 공천 배제를 촉구한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과정에서 계파 간 기싸움, 힘겨루기, 욕설과 몸싸움은 우리 정치사에 흔히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이번 윤 의원의 발언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말이다. 어떻게 동료 의원이자 소속 정당 대표에 대해 ‘죽여버려’라는 막말을 할 수 있는가.

아무리 취중발언이라고 하지만 금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정당사상 일찍이 찾아보기 드문 막말로 조폭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살벌한 내용이다.

윤 의원은 “그날 저녁 취중에 흥분한 상태에서 그런 억울함을 토로하던 중 잘못된 말을 한 것 같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 같은 실언으로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해명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이번 파문은 이런 정도의 해명과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윤 의원이 누구인가.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냈고 박 대통령을 ‘누님’이라고 부를 정도의 정권 핵심실세가 아닌가.

권력 주변에 흔히 있었던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역대 사례를 넘어선다. ‘죽여버려’, ‘솎아내라’는 욕설과 폭언을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흉내내지는 않을까 두렵다.

최근 새누리당 공천갈등은 막장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친박, 비박, 진박, 진진박, 도대체 무슨 말들인가. 이처럼 계파의 이름이 희화화된 적이 있는가.

이번 20대 총선이 차기대권구도와 관련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서로 물고 뜯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천갈등이 격해지다 보니 윤 의원의 폭언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김 대표와 이한구 공관위원장 간의 신경전도 도를 넘었다.

이래가지고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로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마당에 집권여당의 안방에서 볼썽사나운 일이 연일 벌어지고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윤 의원은 자진해서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 그 길이 박 대통령에게도 누를 끼치지 않고 새누리당을 이번 총선에서 구하는 길이다.

윤 의원을 그대로 두고 총선을 치를 경우 국민들은 누구에게 어느 정당에게 표를 주겠는가. 새누리당은 즉각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윤 의원에 대한 징계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받았다. 의원들 역시 최악의 국회의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자금 비리에 휘말리는가 하면 갑질 논란, 성추문, 막말 의원들로 국민의 공분을 산 바 있다.

20대 국회에 이런 문제의원들이 다시 등장한다면 20대 국회 역시 생산적 윤리적 국회와는 거리가 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여야를 막론하고 도덕적으로 자질이 의문시되는 의원들을 이번 공천에서 확실하게 걸러내야 한다.

정치인에게 언어는 천금(千金)과 같다. 그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설화(舌禍)를 겪어 낙마했었다.

성경은 “말씀은 곧 하나님”이라고 했고, 주역은 “도야자언어(道也者言:도가 곧 언어)”라고 했다. 공자는 논어 마지막 구절에서 “부지언무이지인야(不知言無以知人也: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4.13총선에서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말을 잘 가려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