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맥 하러 야구장 가실래요?
[기자수첩] 치맥 하러 야구장 가실래요?
  • 문인호 기자
  • 승인 2016.03.0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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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야구시즌’

기자에게는 공식과도 같은 얘기다.

정규리그는 4월부터 시작되지만 당장 8일부터 시작되는 시범경기도 꼬박꼬박 챙겨보는 기자에게는 3월이 참 행복한 시간이다.

야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대개 두 가지의 반응이 나온다. ‘어느팀 이세요?’ 아니면 ‘집에서 싫어하지 않아요?’

롯데자이언츠를 좋아한다는 답을 하면 그 다음 질문은 99% 똑같다. “부산사람이세요?”

대한민국에서는 스포츠를 좋아할 때도 지역색과 연관을 짓는다. 스포츠는 그저 스포츠일 뿐, 좋아하는 팀 역시 그냥 팀일 뿐인데 깊게 뿌리 박힌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또 하나의 질문인 ‘집에서 싫어하지 않아요?’ 역시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가정적이지 않죠?’라는 색안경에서 비롯된 말이다.

나는 주말이면 아내와 아이들을 대동하고 야구장을 찾곤한다. ‘치맥하러 가자’ 말하면 아이들은 유니폼부터 꺼내온다. 우리가족만의 은밀한 암호 같은 셈이다.

아내 역시 야구장에서 먹는 맥주 한모금과 치킨 한 조각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외식이라고 말한다.

온가족이 같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사실 수년전 만 해도 나는 야구에 이응 자도 모르는 문외한이었다.

몇 해 전 큰 아이가 친구따라 다녀온 야구장이 너무 재밌었다며 같이 가자고 조르는 통에 한번 갔던 것이 내가 야구광이 된 계기가 됐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야구장을 갔는데 그날 마침 롯데와 넥센의 경기가 있었다. 어느쪽 표를 사야 하는지도 모른 채 대충 구매해서 들어가서는 염불보다 잿밥이 관심이 있었던 나는 치킨과 맥주를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내도 작은 아이도 나도 시큰둥하게 들어간 야구장에서 우린 사랑에 빠졌다. 맛깔스러운 응원가가 입에 쫙쫙 붙었고, 그날부터 우리가족은 야구팬이 됐다.

심지어 큰 아이가 좋아하는 팀과 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팀, 아내가 좋아하는 팀, 내가 좋아하는 팀은 서로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야구장에 갈 때 커플룩 아닌 커플룩을 입곤 한다. 빨강, 파랑, 검정, 주황이 한 데 어우러져 다닐 때면 사람들의 시선을 곧잘 이끈다.

이렇게 야구장을 다니게 되면서 내가 느낀 꼴불견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술’이다. 치맥 하러 야구장에 가자고 하는 기자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 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족의 야구사랑 철칙 중에 1번은 바로 ‘맥주1캔’이다. 목을 축이는 정도로만 즐겼으면 좋겠다는 딸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인데 야구장에 가는 횟수가 늘수록 잘 세운 철칙이라 생각이 든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가 하면, 옆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 치어리더들에게 추태를 부리는 사람도 꽤 많다.

취객의 입장을 제한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우후죽순 쏟아져 들어오는 관중들 속 취객을 골라내기엔 역부족이다.

올해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대인 10개 구단이 경합을 벌인다. 기대치가 극에 달하는 이 시점에서 야구팬들의 선진화된 관람예절도 기대해 본다.  

[신아일보] 문인호 기자 mih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