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밖 세상] 누가 이 영화에 돌을 던지는가
[렌즈 밖 세상] 누가 이 영화에 돌을 던지는가
  • 신아일보
  • 승인 2016.03.0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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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일 거창주재기자

 
삼일절인 지난 1일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싸운 순국선열과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함성이 들려 왔다.

너 나 할 것 없이 선열들이 걸었던 거리로 나와 당시 일본의 탄압과 폭정에 맞서 국권회복과 민족자존의 가치를 드높였던 선열들을 가슴 깊이 새겼다.

거리에서 태극기를 펄럭이며 만세 삼창을 재현하던 이들의 뜨거운 마음은 영화관에서도 이어졌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은 삼일절 하루 동안만 42만명의 관객을 유치하며 박스오피스 1위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이 영화는 1943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난 14살 ‘정민’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영화는 기자가 살고 있는 거창에서 촬영됐기에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꼭 보자는 얘기가 오고가기도 했다.

우리가 사는 지역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조명됐을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영화 자체에서 다뤄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서러움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기자도 이 너무도 익숙하면서도 애틋한 영화를 보기 위해 가족들과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관으로 향하던 길에 마주한 기미독립만세운동은 가슴 깊이 숨겨두었던 애국심을 건드렸고 나도 모를 뭉클함 속에서 영화를 보게 됐다.

쉽지 않은 내용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끝내 꾹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면서 뻘건 두 눈을 들킬까 싶어 주위를 휘휘 둘러봤다. 그런데 알 수 없는 먹먹함에 괜스레 코끝은 더 시려왔다.

관객들 모두 자리를 뜨지 못한 채 나처럼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거나 멍한 표정으로 브라운관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거운 정적 속에 작은 흐느낌만이 들려오던 짧은 그 시간 동안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는 서로가 한마음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집에 돌아와 여운이 가시지 않아 컴퓨터를 켜고 ‘귀향’과 관련된 기사를 검색해 봤다.

그런데 기자의 두 눈을 의심케 하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주인공 얼굴을 볼 때마다 위안부 할머니들 외모비하라고밖에 생각 안 든다. 좀 예쁜 애를 주인공으로 하지 쯧쯧”, “엑기스만 보고 싶은데 정말 야한 장면이 나오긴 해요?”

이 같은 몇 몇 글들을 보고 있자니 탄식이 절로 나왔다. 정말 이 사람들은 저런 생각을 갖고 키보드를 두드린 것인지, 어떻게 저런 끔찍한 발언을 맨 정신에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마저 들었다.

‘귀향’은 약 7만3000명의 시민들이 힘을 모으고 시나리오부터 제작 완료까지 총 14년여의 시간이 소요된 영화다.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해외에 일본 침략 역사의 잘못을 제대로 알리고 한국 위안부 피해자들의 진실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영화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일제강점기 당시 끌려간 소녀의 수는 2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생존해 있는 피해자의 수는 40여명에 불과하다.

이런 배경을 안고 있는 영화에 돌팔매질이라니.

일말의 반성 혹은 자책, 아니면 그 비슷한 무엇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부디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두들긴 글’을 다시 읽어 보라.

그리고 한 가닥 거미줄처럼 남아 있을지도 모를 양심에 당부(當否)를 한 번이라도 자문해보길 바란다. 

/최병일 거창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