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린이집 교사 당 원아 수 확대 허용…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꼴
[기자수첩] 어린이집 교사 당 원아 수 확대 허용…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꼴
  • 정태경 기자
  • 승인 2016.02.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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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가 어린이집 교사 당 원아 수를 현재보다 1~3명 늘릴 수 있는 초과보육 규정을 전체 어린이집에 허용한다고 밝히자 학부모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육의 질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기자 역시 우려가 곧 현실이 될 것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평소보다 조금 서둘러 퇴근하던 금요일 오후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 몸을 싣고 습관처럼 휴대폰으로 뉴스를 검색하고 있었다.

한 포털사 모바일 홈페이지 메인 하단부에 걸린 한 줄의 기사제목을 보는 순간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생각 외엔 무엇도 떠오르지 않았다.

현재 어린이집 교사 1명당 원아 수는 만 0세 3명, 만 1세 5명, 만 2세 7명, 만 3세 15명, 만 4세 이상은 20명 미만으로 해야 한다고 영유아복지법 시행규칙에 정해져 있다.

그런데 새 지침에 따르면 만 1세반은 최대 6명, 만 2세반 9명, 만 3세반 18명, 만 4세반 23명을 편성할 수 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지하철보다 더 꽉 차고 더 숨 막힐 것만 같은 현실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것이야말로 탁상행정 아닌가. 현재 어린이집 교사 한 명당 보육하는 비율이 적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게 바로 깊고 깊은 아동학대라는 것을 왜 모를까. 아니면 알고도 묵인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만3 세 반에서 아이 한 명이 화장실에 갔다 치자. 그 교사는 혹시라도 미끄러워 넘어질 수도 있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동행하곤 한다. 그러면 교실에는 14명의 아이들이 오롯이 보육자가 없는 가운데 방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불난 집에 기름을 붓겠단다. 실소만 나오는 이 상황이 답답할 지경이다. 맞벌이를 하는 기자에게도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있다.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갈 때마다 문을 열어주시는 1층 선생님이 계시는데 그 분의 팔에는 항상 걷지 못하는 어린 아이가 안겨 있으며 등 뒤에는 또래의 아이가 업혀 있다.

‘힘드시죠’ 묻는 내 질문에 어쩜 그렇게 당연한 질문을 하냐는 듯한 의미심장한 미소가 돌아올 때면 괜시리 내 마음도 먹먹해진다.

그렇게나 지쳐있는 교사들의 처우개선은 커녕 원아 수 확대라니 이것이야말로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 아니겠는가.

답답한 마음에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이러니 교사들이 맞벌이 가정을 거부하는 거야. 가뜩이나 힘든데 하원까지 늦는 아이들이 많으면 너무 힘들어서 우리반에는 맞벌이 엄마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아’라는 내용의 분노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나지막이 뱉어낸 한숨 뒤에 머릿속을 채운 생각은 현실감 없는 출산정책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열심히 일하고 욕먹는 것만큼 기운 빠지는 것도 없다. 분명 이 나라의 보육환경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나온 정책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것에 과감히 지적을 해야겠다.

출산율이 낮다고 저출산대책이라며 돈을 주는 방안보다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잘 키울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정책이 나오길 오늘도 간절히 바란다. 

[신아일보] 정태경 기자 taegyeong397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