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실시공 언제까지 되풀이하나
[기자수첩] 부실시공 언제까지 되풀이하나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6.02.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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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재앙이 발생했던 1994년의 대한민국.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정말 그렇게 말도 안 되게 순식간에 일어났다.

버스 1대, 승합차 1대, 승용차 4대 등 모두 6대의 차량과 49명의 탑승자가 무너진 다리와 함께 한강으로 추락했고 이 중 32명이 사망했다.

당시 그곳을 지나던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야만 했다.

불행히도 이 사고는 예견됐던 사고다. 성수대교의 경우 참사가 발생하기 전 서울시에는 이미 교량 상판의 이음새가 너무 벌어져 통행이 불편하다는 전화가 접수됐었다.

하지만 당시의 서울시는 임시방편으로 철판만 깔아둔 채 교통통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법원은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동아건설의 부실시공 때문이라고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다.

이 끔찍한 일이 있은 후에도 삼풍백화점 참사,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등 부실 공사로 인한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어진 지 17년밖에 안 된 서울 내부순환로의 정릉천 고가가 상부구조물을 지지하는 20개 강선 중 1개가 파손돼 지난 22일부터 통제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극심한 차량 정체’라는 비난을 등에 업고도 ‘전면 교통통제’라는 발빠른 대처를 보여줘 높이 평가받고 있다.

시민들 역시 불편함에 한숨을 쉬면서도 승용차 운행 자제와 대중교통 이용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 한층 높아진 시민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가안전대진단은 정릉천 고가의 더 큰 사고를 막게 됐다는 충분한 명분이 생겼다.

분명 앞으로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희망을 발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처음부터 부실공사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은 왜 아무도 논의하지 않고 지적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침체된 건설경기와 분양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자동인허가제 확대도 좋지만 부실시공을 막을 수 있는 규제를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왜 없냐는 말이다.

인명과 재산을 지켜낼 수 있는 충분한 시설을 갖췄는지, 건설공사 현장의 안전관리에 소홀함이 없는지, 예산 절감을 이유로 설계비나 공사비 등을 깎는 형태의 조달은 없는지 등의 점검이 필요하다.

사고 후 서둘러 안전점검을 시행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시스템만을 반복하지 말고 기초부터 안전하게 건설될 수 있도록 탄탄한 주춧돌을 놓아야 한다.

‘안전은 옵션이 아니다’라는 광고카피가 생각난다. 불편하고 번거롭다고, 예산 몇 푼 아껴보겠다고 우리의 미래세대가 불안함에 떨며 살아가서야 되겠는가.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