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학 신입생 환영회 음주 문화, 이젠 바뀌어야 할 때
[기자수첩] 대학 신입생 환영회 음주 문화, 이젠 바뀌어야 할 때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6.02.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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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을 앞둔 신입생들을 위한 새터(‘새내기 새로 배움터’의 줄임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시즌이 돌아왔다.

말로는 새터라 하지만 실제는 선배들이 대학 새내기들을 모아 놓고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는 일이 태반이다.

그래서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술을 못 마시거나 주량을 알지 못하는 신입생들이 억지로 술을 마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한보건협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새터에서 폭음으로 인해 사망한 대학생은 22명이다.

이들은 12년 동안 공부해 겨우 들어온 대학에서 꿈도 이뤄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선배들이 새터에서 술을 강제로 마시게 하는 행태는 최근 SNS를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선배와 새내기가 조를 짜서 억지로 술 먹이기를 한다는 내용들이 줄을 잇는다.

또 이런 선배들의 ‘갑질’ 문화는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필자의 친척 동생도 몇 년 전 서울의 한 명문대에 입학해 새터에 참석했다가 응급차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동생은 체질적으로 술을 잘 먹지 못했다. 명절에 어른들이 한 잔씩 마셔보라고 준 술에도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그런 동생이 새터에 참석해 선배들의 강요와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셨다.

처음에는 괜찮았으나 계속된 음주 강요에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보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된 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응급실로 실려 가게 됐다.

덕분에 동생은 술과 이러한 문화에 큰 트라우마가 남게 됐단다.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부가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한양대, 홍익대, 호서대 등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안전점검도 중요하지만 비뚤어진 음주 문화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들의 의식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음주 문화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당국을 비롯해 교육부나 보건복지부, 대한보건협회 등은 머리를 맞대고 대학생들의 건전한 음주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