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톡톡]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화… 약일까 독일까
[워킹맘 톡톡]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화… 약일까 독일까
  • 신아일보
  • 승인 2016.02.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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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의 기업이나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의 기업에서는 의무적으로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는 규정이 생겼다.

일하는 엄마로서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소식이 분명하다. 그만큼 일하는 여성의 권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치의무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 보육수당을 지급해 의무를 이행하고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그마저도 안 된단다.

무조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는데 안 하면 매년 두 차례에 걸쳐 2억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설치 조건도 매우 까다롭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초기비용이 ‘억’소리가 나게 높은 반면 이용자가 많을지 의문인 기업도 상당하다.

큰 비용을 들여 설치를 했다 하더라도 유지하는 비용도 엄청나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지급해왔던 보육수당을 당연히 지급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매달 들어오는 금액의 차이가 나는 것이므로 월급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정부의 취지는 백 번 천 번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주먹구구식의 ‘무조건’ 규제는 도리어 상처를 낼 수 있다.

대기업의 직장어린이집을 다룬 특집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래서 대기업, 대기업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만큼 부모만족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부모의 만족도는 아이의 생각이 크게 반영된 것이다. 아이가 만족해야 부모도 만족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에서 지원하는 폭도 어린이집의 질을 좌우한다. 일반 국공립 어린이집의 한 끼 식비 단가가 2000원 내외인 반면 그 기업의 한 끼 식비는 5000원 대 후반이었다. 정부 지원금을 제외하고도 기업에서 억 단위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가능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회사의 높은 임원들만 이용 가능했던 주차장이 어린이집 이용 부모들에게 개방됐다. 아이들의 편의를 위한 배려인 것이다.

그런데 정책에 휘둘려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지는 어린이집들도 그런 만족도, 그런 배려가 나올 수 있을까?

선진정책을 따라가려면 선진화된 마인드가 기본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모호한 가이드라인을 악용해 무늬만 직장어린이집인 곳이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도 직장어린이집 규정과 관련 구멍 난 부문을 메우기 위해 보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부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기업들이 없게끔, 또한 그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근로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게끔 좋은 정책이 되길 바란다.

/고아라 편집국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