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야기] 서울보증, 중금리 대출 구원투수 역할 잘 해낼까?
[금융이야기] 서울보증, 중금리 대출 구원투수 역할 잘 해낼까?
  • 신아일보
  • 승인 2016.02.22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흥수 기자
 

생선회를 먹지 않는 선배 한 분이 서해안의 외딴 섬으로 귀촌을 해서 농사일도 하고 고기잡이도 하면서 지낸다.

그 선배는 다른 맛난 먹거리도 많은데 굳이 생선회를 먹을 필요를 느끼지 않아 생선회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 선배를 볼 때면 가끔 생선회보다 맛난 먹거리가 얼마나 많길래 생선회를 안 먹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지난해 가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취재차 SGI서울보증(서울보증)에 들른 일이 있었다.

서울보증이 그동안 축적한 정보와 노하우를 토대로 서민금융 시장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더니 서울보증 관계자의 답변이 생선회를 먹지 않는 선배의 논리와 비슷했다.

다른 일거리가 너무 많아 서민금융 업무는 뛰어들기 쉽지 않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익이 나도 욕을 먹고 손실이 나도 욕을 먹는 것이 서민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공적기관의 특성 때문이려니 싶었다.

그리고 3개월여가 지난 지금 서울보증은 금융위의 압력(?)덕택에 오는 7월부터 서민들에게 공급되는 중금리 대출상품의 보증기관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그동안 저축은행 등에게 중금리 대출의 활성화를 독려해왔지만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중금리 대출시장의 리스크 방어를 위한 시스템이나 시장에서의 역학관계 등이 쉽게 중금리 영역대에 진출할 수 없도록 장벽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서울보증에 축적돼 있는 여러 가지 데이터들을 활용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의 카드론 보증 노하우와 통신과 관련된 데이터, 자동차 할부보증 등 이제껏 서울보증에 축적된 노하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고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할 리스크까지 서울보증이 받쳐 주게 되면 중금리 시장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서울보증을 중금리 시장의 구원투수로 투입시키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서울보증을 통해 저축은행의 중금리 상품에 대한 보증지원을 하겠다고 했지만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CSS(신용평가모형) 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대출업무의 핵심인 CSS를 새롭게 개발하기에는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과 서울보증이 보유한 정보의 양과 질적 우수성에는 공감을 하지만 대부업의 신용 정보가 충분치 못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금리 시장의 활성화를 독려하는 정부의 목적은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이자부담 경감에 있다.

고금리 상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대부업의 신용정보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개발하는 CSS가 적절한 변별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얼음이나 아이스크림 등 기타 재료들만 잔뜩 들어 있고 단팥은 거의 없는 팥빙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CSS의 완성까지는 수 만 번의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새롭게 개발하는 데에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함에도 서울보증은 이제서야 CSS개발의 경쟁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기일까지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 보인다.

향후 추진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CSS의 졸속 개발’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필자의 우려가 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엉성한 스크리닝으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납세자들의 부담이 된다. 서울보증이 국민들의 세금으로 설립된 기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