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돋보기] 1회용 주사기 재사용, 후진국형 의료사고
[세상 돋보기] 1회용 주사기 재사용, 후진국형 의료사고
  • 신아일보
  • 승인 2016.02.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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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지난 2013년 10월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의사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디팍 데사이(63)라는 이 의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했다.

보건 당국은 이로 인해 적어도 9명의 환자가 C형 간염에 걸렸으며 105명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데사이의 병원에서 C형 간염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냈다.

네바다주 클라크 카운티 법원은 이에 따라 디팍 데사이(63)에게 무기 징역을 선고했다.

미국은 정말로 법이 만인에게 공정하게 집행되는 나라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의사는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있으며 최고의 보수를 받고 있다.

특권층이라고 보아도 거의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잘못하면 무기징역을 받는 곳이 미국이다. 법 앞에서 특권은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면 닉슨처럼 대통령도 쫓겨나는 나라가 미국이다. 이것이 미국의 위대함이다.

뜬금없이 왜 미국을 예찬하고 있느냐 하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1회용 주사기를 사용한 의료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의 다나 의원은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서 2268명의 환자를 진료해 왔는데 이중 82명에게서 C형 간염이 확인됐다고 한다.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많아서 피해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위의 미국의 의료사고에 버금가는 사고다. 보건당국은 1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C형 간염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C형 간염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가하면 다나 의원에서 발병한 1A형은 먹는 약으로만 치료가 되지 않고 완치율도 6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또 간경변증과 간암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 신약이 나왔는데 이를 복용하려면 완치 일까지 4500만원 정도가 들며 그것도 국내에서는 아직 구할 수 없다고 한다.

또 올해 들어 충북 제천과 강원도 원주의원 에서도 1회용 주사기 재사용에 의한 C형 간염이 집단 발생하고 말았다.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원주시 한양 정형외과의원에서 진료 받은 환자 927명 가운데 C형간염 양성판정을 받은 사람은 115명이며 이중 101명이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충북 제천의 양의원도 지난 1년간 3900명에 주사기를 재사용했다고 시인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제천시가 긴급조사에 들어갔지만 보건당국은 시정명령을 내린 것이 전부이고 양 의원은 아직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의사협회도 “원주의 한양 정형외과의원에서는 100명이 넘는 환자가 C형간염에 감염됐고, 재천의 양 의원의 경우 그 피해 규모가 짐작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사기를 재사용한 의사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는데 한국에서는 의료법상 자격정지 1개월 이외에 처벌조항이 없는 상태다. 주사기 재사용은 ‘살인’과 다름없는 데도 말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사회가 역시 ‘헬 조선’이 아닌가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정부도 국민들도 사람의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 무신경한 것인지? 내일이 아니니까 관심이 없다는 것인지? 도대체 ‘멘붕’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주사기 한 개의 값은 100~200원이라고 한다. 그것을 아끼겠다고 병원에서 여전히 주사기를 재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처럼 의사도 잘못하면 무기징역을 받는다면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계속될 수 있는 것인가?

한국에서는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다가 실수로 사람을 죽여도 거의 징역형을 선고받지 않으니까 의사들이 사람의 몸을 함부로 보는 것이나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한국 의료기관들의 위생문제가 비단 주사기 재사용에만 국한되고 있는 것인지,아니면 의료기구와 의료시설 전반에 걸쳐 문제점이 있는 것인지 차제에 세밀하고 강력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해청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