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태안화력 사고사… '안전불감증' 여전
반복되는 태안화력 사고사… '안전불감증' 여전
  • 이영채 기자
  • 승인 2016.02.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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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공사 현장임에도 안전장치 없어 발생한 '인재'
부실 설계·비전문 기계공 작업 등 '주먹구구식 공사' 지적도
▲ 19일 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전날 추락사고가 발생한 석탄 이송통로의 데크플레이트 하나가 이탈돼 있다.ⓒ이영채 기자

지난 18일 오전 11시 30분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플랜트 근로자 고모(35)씨와 김모(44)씨가 추락해 숨졌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 50분경부터 태안화력 9·10호기 상부에 설치된 석탄이송 설비 현장에 투입돼 바닥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하던 중 발을 딛고 있던 데크플레이트 한 쪽이 무너지면서 그대로 60m 아래 맨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고씨는 현장에서 숨지고, 김씨는 인근 태안의료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 도중 이날 오후 1시 3분경 결국 숨졌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고씨와 김씨를 제외한 10여명의 근로자들이 더 있었으나, 이들은 다른 데크플레이트에 발을 딛고 있어 화를 모면했다.

만약 다른 데크플레이트들도 함께 이탈됐다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고 현장인 태안화력 9·10호기 플랜트 토목현장 건물은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망이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령노동고용지청 임준환 근로감독관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사고 현장에) 추락 방지용 안전망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건설 현장에는 안전고리 또는 30m 높이마다 안전망을 설치하게 돼 있다. 그야말로 안전 불감증에서 시작된 인재인 것이다.

보통 소규모 작업장에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전망을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해당 공사 현장이 국가 전력 에너지를 생산·공급하는 공기업 국가 발전 사업을 진행 중인 플랜트 건설 현장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태안화력 9·10호기는 총 설비용량 2100MW(1050MW·2기)로, 2조6709억원(경상가 기준)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번 사고 현장은 서부발전 본사 턴키 계약 방식으로 원청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수주해 설계하고 하청업체인 에스아이테크에서 시공 중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태안화력 9·10호기 건설 현장의 부실 설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태안화력 플랜트노조의 한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을 할 때는 주먹구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루베에 따른 정확한 하중 설계로 작업에 들어간다"면서 "(사고가 발생한 데크플레이트가) 하중을 못 이겨 꺼져 버렸다는 것은 얼마나 설계가 부실하고 감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타설하던 사람들은 전문 타설하는 작업자들도 아니었다"며 "그들은 기계를 분해하는 기계공들인데, 그 사람들에게 작업을 맡긴 자체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콘크리트 타설은 토목공사다. 해당 시공사는 플랜트 뿐만 아니라 토목 등 공사 일체를 수주받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콘크리트 타설 현장인 사고 현장에는 토목분야 전문 타설 기능공이 아닌 비전문 분야인 플랜트 기계공이 작업 현장에 투입돼 대형 사고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취재 결과 사고 현장에서는 전문 콘크리트 타설 기능공이 고임금이라는 이유로 공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하루 일당 18만원의 저임금 플랜트공을 데려다 토목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대로 된 공사비용을 지출하고 전문 타설 기능공을 불러 공사를 진행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태안화력 건설 현장의 경우 노동조합 조합원은 조끼를 입으면 출입조차 할 수 없어 노동부에서 제공하는 안전교육 진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플랜트 노조 지부장의 경우 노동부 소속 명예안전감독관이지만 실질적으로 사고가 터졌을 때 모든 출입이 봉쇄돼 사고 원인 파악이나 또 다른 산업재해에 대비한 모니터링 등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산경찰서는 이번 사고의 과실 관리 감독 등에 대해 목격자, 회사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또 공사 설계도를 입수해 부실 여부를 수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준환 근로감독관도 "태안화력 사고 현장에 대해 산업안전법 위반 여부를 조사중"이라며 "철저히 조사해 법 위반 사실이 있는 사람들은 강력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서산/이영채 기자 esc13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