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리과정 예산 갈등에 ‘불안한 보육’
[칼럼] 누리과정 예산 갈등에 ‘불안한 보육’
  • 신아일보
  • 승인 2016.02.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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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보육)을 둘러싸고 정부와 일부 교육청이 극한대립을 벌이고 있다.

대립의 쟁점은 정부는 돈을 줬다고 하는데, 교육청은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2차 보육대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누리예산은 정부가 이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17개소의 교육청에 배정했음으로 그 안에서 교육청은 예산을 집행하라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도 최근 일부 “진보 세력은 정부만 비방하면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정치로 일관하고 있다”며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교육감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따라서 일부 국민들은 누리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교육감들에게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일개 지방 교육감이 감히 대통령이나 여당대표에게 맞설 수 있겠는가? 여기에는 피하지 못할 사정이 있다.

누리예산이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3~5세의 어린이들에게 무상보육을 약속하고 이를 전격 실시하면서 불거진 문제다. 그 전까지 어린이집(3~5세)은 교육청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관장하고 있었으며 어린이집과 부모들이 협력해서 잡음 없이 운영돼 왔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보건복지부에서 교육청으로 이전하고 무상교육 및 보육을 실시하라고 변경함(법이 아닌 시행령으로)으로써 자연 교육청은 예산이 필요하게 됐다.

이에 교육청은 꾸준히 정부에 누리예산을 배정해 줄 것을 건의해 왔으며, 그동안은 빚을 내서 소요되는 재원을 충당해 왔다. 교육청이 무조건 교육부의 지시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빚을 내서라도 이를 준수키 위해 힘을 써 왔다는 것이다.

교육부도 교육청이 누리예산을 위해 2015년에 약 6조원 규모의 지방채를 추가적으로 발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렇게 누리예산을 둘러막다 보니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의 교육재정마저 파탄 날판이 됐다.

중앙정부가 조금만 귀를 기울여 주어도 해결이 가능한데 오히려 정부에 반대만 한다고 불순세력으로 몰아가니 “죽기 아니면 살기”가 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교육감들은 중앙정부가 배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법률상 초·중등교육을 위한 예산이므로 이를 쪼개서 누리예산으로 쓸 수 없다고 예산편성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박근혜정부도 돈이 남아도는데 누리예산을 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매년 내국세의 일정 분을 떼어내서 교육청에 교부한다. 따라서 내국세가 증가할 것이므로 지방 교육청의 배정액도 저절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정작 경기가 악화되면서 내국세 징수실적은 감소할 지경에 몰리게 됐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따라서 교육청들은 기왕에 교부받던 교부금은 그대로인데 누리예산이 더 떠넘겨진 셈이 됐고 이를 빚으로 충당하다가 급기야 예산배정을 거부하게 된 것이다.

물론 정부도 누리예산이 문제점에 봉착한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이달 초에 국무회의에선 ‘즉석안건’으로 ‘누리과정 예산이 긴급 상정’됐고 목적예비비 3000억원을 12개 교육청에 배정됐다.

그런데 서울·경기, 광주, 전북, 강원의 5개 교육청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편파적이란 오해를 살수도 있는 조처였다.

따라서 서울시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유일한 지자체장이므로 이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누리예산 문제로 교육현장에서 혼란스럽고 불안해하는 상황이니 대통령이 교육감들이나 시·도지사들을 소집해 토론으로 해결을 하시는 게 어떠냐고 세 차례 조언했다고 한다.

이 같은 서울시장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정무수석이 서울시장을 향해 언성을 높여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서울을 마지막으로 전국 17개 시도가 누리예산 일부를 편성하면서 보육대란은 일단락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의 기 싸움은 여전하다.

청와대 앞에서 교육감들의 릴레이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또 학부모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어린이들의 보육을 위한 예산을 놓고 누구 탓을 할 일이 아니다. 특히 누리과정 예산이 정치적 흥정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박근혜대통령의 훌륭한 치적에 속한다.

따라서 정부는 야 성향의 교육감들을 우격다짐으로 길들이려 한다는 일부 인사들의 오해(?)를 사지 말고, 하루빨리 국민적인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김용만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