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금밥통’ 공무원 시험 열풍
확실한 ‘금밥통’ 공무원 시험 열풍
  • 신아일보
  • 승인 2016.02.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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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국립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어렵게 대기업에 입사해 적지 않은 연봉을 받으면서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았던 A씨.

이른 출근과 밥 먹듯이 이어지는 야근 등으로 힘든 회사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입사 1년 만에 자진 퇴사하고 연봉은 적지만 안정성은 물론 정년이 확실히 보장되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학비를 줄일 요량으로 고시원 총무 일까지 하면서 공부에 매달린 끝에 2년 만에 서울시 일반 행정직 9급 공무원에 합격했다.

서울 노량진이 공무원 고시촌으로 변한지는 옛날 얘기이다. 요즘 10대 고졸자, 대학 졸업자는 물론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A씨와 같이 2년 만에 합격한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5년도 모자라 10년 째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40대 이상 중장년층도 두 배 이상 늘었고, 정년이 10년도 채 남지 않은 50대 응시생도 부쩍 많아졌다.

이런 상황이니 공무원 채용 시험에 합격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는 4월 치러지는 9급 공무원 공채시험에 4120명 모집에 22만2650명이 몰려 역대 최대 응시생과 경쟁률 또한 54:1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공무원 시험 열풍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10%에 육박하면서 1999년 통계작성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 불황으로 인한 취업난과 고용 불안으로 인한 현상이지만 우수 인력들이 안정된 직장을 찾아 공무원 시험에 몰입하고,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순위가 공무원인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성적순으로 뽑는 현재 채용시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분 직무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집단면접 등을 도입해 인성을 갖춘 공무원을 뽑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직자는 청렴, 책임의식 등과 함께 제일 중요시 되는 것이 친절과 봉사정신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남을 위해 봉사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예전에 필자가 공직자 청렴 교육을 참관할 때가 있었다. 강연에 나선 연사는 “공무원들은 국가의 녹(祿)을 받는 머슴을 사는 사람들이고 국민은 주인”이라며 “주인이 잘 살게 불편함이 없도록 살펴주는 것이 머슴의 직분”이라고 강조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러나 이런 말을 가슴에 새기며 실천하는 공직자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가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에서는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정부부문 부패실태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체 종사자 및 자영업자 가운데 67%가 ‘공공부문의 부정부패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10달간 부패비리 공무원 총 269건에 776명이나 적발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공직자 비리에 이제 무감각해진다. “공무원이 있는 곳이면 비리도 있다”는 말이 맞을 정도가 됐다.

공직자에게는 많은 권한이 부여되므로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그래서 공직자 청렴도는 그 사회의 안정과 질서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

명심보감에서 이르기를 “‘憂生於多慾고 禍生於多貪(우생어다욕고 화생어다탐)’근심은 욕심이 많은 데서 생기고, 재앙은 탐욕이 많은 데서 생긴다”고 했다. 즉 욕심은 절제(節制)로 다스려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화(禍)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 ‘철밥통’으로 불리던 공무원이 안정된 수입에 노후까지 보장되면서 이제는 확실한 ‘금밥통’이라 불리고 있다. 철저한 사명감으로 무장된 공직자들이 많이 채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직 사회에 부정 부패가 만연되면 그만큼 국민들의 삶은 힘들어진다.

/박태건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