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태안해안국립공원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독자투고] 태안해안국립공원을 세계자연유산으로
  • 신아일보
  • 승인 2016.02.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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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우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최근 태안해안국립공원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경관보호지역에서 국립공원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충남 태안군도 태안해안국립공원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도 본 모습을 오랫동안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환경 보전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이다.

원래 태안해안국립공원은 1978년 우리나라에서 13번째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이다. 약 230㎞의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아름다운 갯벌, 해안사구, 해넘이 등 빼어난 자연경관과 다양한 동‧식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독특한 해양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신두리 해안사구는 빙하기 이후 1만5000년 전 부터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한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사구로 사구식물 등 독특한 해안생태계를 가진 소중한 자연자원이다.

해안사구는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해일이나 태풍으로부터 인접한 마을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또 식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해수욕장의 모래 공급창고 역할도 한다.

이에 신두리 해안사구는 2001년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됐고 2007년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기도 했다.

그러나 태안해안국립공원은 2000년대 초부터 불어온 개발광풍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2000년도 초에는 충남도가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에서 2002년 세계꽃박람회를 개최한다면서 박람회장까지의 관람객 수송을 위해 백사장해수욕장에서 꽃지해수욕장까지의 해안사구에 도로를 개설했다.

한국에서 몇 안 되는 낙조로 유명한 할미할아비 바위 앞에는 방파제를 쌓고 현재 꽃다리가 세워진 부분을 매립해 항구를 만들어 관광객들을 수송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밤낮으로 공사를 강행했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해안사구를 보전하고 꽃지 해수욕장의 명물인 할미할아비 바위를 지키기 위해 엄동설한에도 부탄가스에 의지해 텐트 속에서 밤을 세워가면서 포크레인에 맞섰고, 주민들을 설득해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보전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할미할아비 바위를 그대로 보전할 수 있었고, 밧게 해수욕장 부근을 제외한 안면도 해안사구의 80% 정도를 현재와 같이 지키게 됐다.

또한 태안군 등이 모든 해수욕장에 모래가 유실되자 이를 막는다면서 해변가에 시멘트 블록을 쌓았는데 이것이 오히려 해수욕장의 모래를 유실시켰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은 2007년에 안면도 기지포 해수욕장에 처음으로 모래포집기를 설치한 후 다음해 확인해보니 모래가 2-3미터씩 쌓였다. 그후로 시멘트 호안블럭을 사라졌고 전 해안에 모래포집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2007년 12월 7일에 발생한 태안기름유출사고도 정부에서 단일선체의 유조선 운행을 허락한 것이 주된 원인 중의 하나였고, 오염사고 후에도 즉각적인 방제조치를 하지 못해 최악의 유류오염사고에 이르게 한 인재였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사고현장에 방제본부를 차리고 전 국민을 상대로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면서 방제작업을 펼쳐 태안해안은 빠른 시간 내에 사고전의 모습을 회복하게 됐다.

서부발전의 가로림만 조력발전계획도 2005년 3월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계보전과 주민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반대운동을 시작으로 많은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보전운동을 펼친 결과 10여년 만에 백지화 됐다.

이와 같이 가로림만에서부터 안면도 영목까지 약 230㎞에 달하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이 국립공원으로 승인을 받은 것은 그동안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수년간의 생태계보전운동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제는 이런 천혜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전하면서 주민들의 개발에 대한 욕구충족을 어떻게 조화롭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충남도도 늦게나마 전남의 다도해 갯벌(시과 여자만 갯벌(여수시‧순천시·고흥군‧보성군), 전북의 곰소만 갯벌(고창군‧ 부안군)과 함께 충남 서천 유부도 갯벌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여기에 가로림만 갯벌은 빠져 있다. 가로림만 갯벌은 2005년과 2007년 실시한 정부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갯벌 중 보전상태와 환경가치가 1위라는 판정을 받았다.

최근에 충청씨그랜트센터와 충남대학교 해양연구소가 실시한 갯벌생태조사결과에서도 생명다양성 등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갯벌임이 입증됐다. 정부와 자치단체에서 가로림만 조력댐 문제로 갈등이 일자 세계자연유산 등재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전국의 습지보호구역 36개와 람사르습지 21개중 충남도가 지정받은 곳은 두웅습지와 서천갯벌 2곳 밖에 없다.

지난 1990년 충남도는 안면도에 관광단지를 조성한다고 해놓고 속으로는 핵폐기물처분장을 만들려고 한 것이 들통이나 태안주민들을 분노케 했다.

이제까지 태안해안은 정부나 자치단체가 지켜온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지켜온 것이다.

충청남도와 태안군, 서산시는 태안해안국립공원 모두를 세계자연유산에 등재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가로림만 갯벌이라도 우선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제 소신있고 현명한 자치단체장이 나설 차례이다.
 

/남현우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