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카 바이러스 가볍게 여길 게 아니다
[사설] 지카 바이러스 가볍게 여길 게 아니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2.0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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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조 통해서 차단에 총력을
지나친 공포감 조장도 경계할 일

신생아에게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지카(Zika)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일 지카바이러스와 소두증 확산 사태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2일에는 중남미를 넘어 아시아·유럽·아프리카 등에도 확산이 우려된다며 글로벌 대응팀을 편성했다.

우리 정부도 3일 대책회의를 가졌다. 태국·인도네시아에서 감염자가 발견돼 아시아권도 위험지역에 들게 됐기 때문이다.

3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사례 7건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됐다. 그러나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지카바이러스는 예고 없이 스며들 수 있다. 경계를 늦춘다면 언제든지 갑자기 밀치고 들어올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 뭔가. 초기에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 결과가 어떤지를 뼈저리게 체험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와 지카바이러스 감염 지역인 브라질·콜롬비아·태국·인도네시아 등을 연간 200만 명 이상이 빈번하게 출입국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국가에서 감염된 방문객이 입국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정부는 3일 대책회의에서 위험국 입국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발열 등 의심증상이 있으면 역학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수입 동·식물에 대해 철저히 검역하고, 모기에 대한 전국 일제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또 지카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진단·의료대비 체계를 강화하고 ‘진료가이드라인’도 제작해 배포한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지카바이러스 발생국에 대한 최신 정보와 행동 수칙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감염위험 지역으로 출국할 경우 관광업계·항공사 등과 협력해 감염증상 및 경로, 예방법 등에 대해서도 안내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나친 공포감 조장은 경계할 일이다. 별것도 아닌 것을 호들갑을 떨면서 침소봉대하거나 언론에 떠들면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날로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타격을 줘서는 안 된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인해 우리 관광업계는 거의 3개월 동안이나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했던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의 대책도 필요하지만 일선 병원과 국민들의 예방도 중요하다.

지난달 29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이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된 만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나 의심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은 관할 보건소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환자가 37.5℃ 이상의 발열·발진과 함께 관절통·근육통·결막염·두통 등의 증상을 하나 이상 동반한다면 신고 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감염환자가 발생한 브라질·태국 등을 방문하는 것을 가급적 자제해야 할 것이다. 불가피한 방문이 아닌 겨울철 골프관광·신혼여행 등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산부들은 태아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신생아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이 조금만 열이 나도 병원에 가서 건강을 살펴야 할 것이다.

모기는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다. 모기는 퇴치제를 사용해도 쉽게 박멸되지 않는다.

겨울이 지나 모기가 깨어나는 계절이 오면 지카바이러스는 기승을 부릴 수 있다. 그 이전에 감염차단에 성공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아찔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아파트나 주택 인근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모든 곳은 조기에 방역하기 바란다.

국제공조를 통해서도 지카바이러스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