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본질과 현상
[독자투고] 본질과 현상
  • 신아일보
  • 승인 2016.02.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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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돈 서산경찰서장

 
캐나다에서 있었던 실화다. 어려서 학대를 받았으나 열심히 노력한 끝에 자수성가한 남자가 있었다. 결혼하고 아들도 낳았다.

선망의 대상이자 인생의 목표였던 최고급 스포츠카를 샀다. 어느 날, 차를 손질하러 차고로 들어가던 그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 살펴보았다. 어린 아들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못을 가지고 최고급 스포츠카에 낙서하고 있었다.

이성을 잃은 그는 손에 잡히는 공구로 아들의 손을 가차 없이 내리쳤다. 아들은 대수술 끝에 결국 손을 절단해야 했다.

수술이 끝나고 깨어난 아들은 울면서 아버지에게 잘린 손으로 빌었다. “아빠 다신 안 그럴게요. 용서해 주세요.” 소년의 아버지는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고 그날 저녁 차고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가 본 것은 그의 아들이 차에 남긴 낙서였다. 낙서의 내용은 “아빠! 사랑해요.”였다.

순간이나마 ‘최고급 스포츠카’의 현상에 가려 ‘소중한 아들’이라는 본질을 보지 못한 실수였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본질과 현상이 있다.

관찰자의 입장에 따라 하나의 존재물도 여러 형태로 보인다. 즉 감정이나 느낌 또는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본질은 하나다. 영원하며, 세상의 이치에 합당하다.

그에 비해 현상은 때와 장소에 따라 변화무쌍하고 갈팡질팡하며 영원하지도 못하다. 마치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면 혼란을 초래하듯 현상에 가려 본질을 보지 못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보면 “오늘 음주단속 하나요?” 하고 묻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또는 “음주단속 시간과 장소를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말도 듣는다. 음주 운전의 폐해는 생각하지 못하고 단속만 피하려는 분들이다.

음주 운전의 본질을 이해하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본질은 음주 운전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단속만 피하려는 현상에 머물러서는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

/김석돈 서산경찰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