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더민주 비대위, 시작부터 ‘삐걱’… ‘빈 수레’ 되지 말자
[기자수첩] 더민주 비대위, 시작부터 ‘삐걱’… ‘빈 수레’ 되지 말자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6.01.31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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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지도부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비대위는 당 전체 업무를 관장하는 사실상 최고위 역할을 대행하게 된다.

4·13 총선을 불과 3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결단한 것이다.

그러나 ‘김종인 비대위’는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비대위에서 자신이 배제됐다며 공개적으로 난색을 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탄핵’, ‘친노패권주의 극단’ 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의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 전력 등도 문제가 됐다.

김 위원장은 처음엔 “후회 없다”고 했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다.

첫 지방일정으로 30~31일 광주를 방문했지만 이 ‘국보위 참여 전력’ 문제로 방문하는 곳마다 고성이 오갔다.

결국 김 위원장은 5·18국립묘지에서 무릎까지 꿇었다.

또 비대위 활동 첫날이었던 앞선 28일 이들은 ‘지각’으로 첫 회의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날 비대위는 오전 일찍부터 국립현충원, 4·19 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오전 11시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첫 회의를 할 예정이었지만 30분이나 지각했다.

당시 기다리다 지친 기자들은 여기저기서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고 우스갯소리로 “어째 시작부터 불안하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설치 되기도 전에, 또 설치 며칠 만에 ‘잡음’을 내고 만 모양새다.

하지만 괜찮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했다. 앞으로 나아지는 모습만 충분히 보여준다면 국민적 신뢰를 얻어낼 수 있다.

비대위는 정치적 판단능력, 당원과의 공감능력 등 모든 면에서 신뢰를 이끌어내야 한다.

비대위의 판단과 선택은 당의 운명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 2014년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을 치르며 연거푸 무릎을 꿇었다.

야당은 선거패배와 같은 위기를 맞으면→지도부가 사퇴하고→비대위를 꾸리고→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정당에 비대위가 자주 설치된다면 그만큼 위기가 잦다는 것이다.

이미 혼돈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두고 국민이 어떻게 야당에 신뢰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야당은 이번 비대위를 마지막 비대위라고 여기고 이제라도 식상함과 구태의연함, 그리고 ‘분열’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