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김종인 박사의 ‘경제민주화’
[데스크 칼럼] 김종인 박사의 ‘경제민주화’
  • 신아일보
  • 승인 2016.01.2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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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환 정치부장

 
황희나 맹사성 같은 명 재상이 이 시대에 있다면 김종인 박사나 고 건 전 총리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민주당이 김종인 박사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전격 발탁해서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김종인 박사를 철새에 비유하면서 그의 인격을 깎아내리는데 혈안이 되고 있지만 김 박사의 ‘경제민주화 철학’은 이 시점에서 가장 큰 화두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본다.

김 박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경제민주화의 실현’을 위해 일생을 바쳐왔다. 그는 정치인이 아니다. 왕이 아니라 왕을 보필하는 재상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왕이 부르면 나름대로 ‘경제 민주화’ 즉 국민의 경제안녕을 위해 진력을 다하는 것이 그의 타고난 숙명이라고 본다. 그는 정치인이 아니라 선비다.

어떤 정권이든 국민의 행복을 위하겠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철새’라고 폄하한다면 그가 바로 ‘새 대가리’라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 김종인 박사를 삼고초려 하여 그에게 경제에 관한한 전권을 부여함과 동시에 박사를 캠프 수장으로 모셨다. 바꾸어 말하면 김종인박사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아이콘이 없었다면 박근혜정부는 탄생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국민과의 약속인 ‘경제민주화’를 토사구팽시켰다.

박근혜정부의 실패가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대한민국이 ‘경제민주화’대신 ‘헬조선’에 빠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정부가 공약대로 경제민주화를 추진했다면 우리나라는 벌써 선진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을 것으로 본다. 그러하니 팽을 당해 평생의 소신을 접어야 했던 김종인 박사의 좌절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래서 김 박사는 안철수 의원의 멘토로서 ‘경제민주화’의 길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는 안 의원의 정치철학과도 맞지를 않았나 보다.

김 박사는 그래서 다시 쫓겨났다. 우리는 왜 최근 김 박사가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아니라 더민주당을 택했는지 그 연유를 짐작할 수 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소신은 ‘경제민주화’다. 그런데 그는 경제학박사지만 경제를 보는 눈이 보통 박사들하고는 좀 다르다고 생각된다. 김 위원장 수락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이 ‘국민이 잘사는 것’이 경제민주화라는 시각이다.

이 같은 소신은 기업계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생각이다.

일부 경제인들이 김종인 박사를 적으로 돌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의 경제정책이 ‘국민이 잘사는 것’에 집중되면 어려움에 처할 기업인은 많아지기 때문이다.

상품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고, 만약 불량품을 제조하면 기업주가 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부패나 독점횡포나 단합을 하면 엄한 제재를 받게 되며 노동 3권을 보장하지 않아도 처벌이 불가피해진다. 이것이 국민이 잘사는 길이며 경제민주화라는 것이다.

아랫목이 따뜻해야 윗목에도 온기가 든다는 이명박식 경제철학이나 그로부터 ‘기업 프랜들리 정책’을 인계받아 이를 더욱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하에서는 김종인 박사가 숨 쉴 곳은 없다.

박정희 대통령이나 전두환 대통령시절에는 기업인이 물건값을 100원만 올려도 모처로 끌려가서 넙치처럼 얻어맞았다. 그들은 독재자였지만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국정 제1의 목표로 했던 것은 분명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김종인 박사는 그 시절 의료보험제도를 최초로 도입했고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경제민주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진력을 다했던 것이다.

그리고 ‘헬조선’이 되고 있는 한국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박근혜후보 캠프에 나가서 경제민주화를 역설하다가 팽 당하고 안철수의원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다가 역시 팽을 당하고 만 것이다.

정치권을 넘나드는 일과 국민이 잘사는 일 중어느 것이 중한가? 그래서 노령의 김종인 박사는 다시 왕의 남자를 찾아 나섰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비대위원 인선안을 의결, 비대위 구성 절차를 완료했다. 이로써 문재인 대표가 공식 사퇴하고 당 조직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격 전환됐다.

김박사의 ‘경제민주화’가 꼭 성공을 거두길 바라마지 않는다. ‘경제 민주화’는 ‘헬지옥’에 빠진 모든 국민의 염원이다.  

/이원환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