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김정은 생일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軍, 김정은 생일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6.01.0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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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11곳 방송지역에 최고경계태세 발령
북한 체제 비판 내용 포함…24시간 불규칙적으로 방송
확성기 타격시 유엔헌장에 따른 자위권 발동
▲ 8일 오후 경기 중부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군 당국이 8일 정오부터 최전방 11곳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했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이뤄지는 이날 대북방송에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 있어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예고한 대로 최전방 10여 곳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대북 확성기는 지난해 8월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목침지뢰 도발을 일으킨 것과 관련, 8·25 합의가 이뤄지면서 중단됐었지만 4개월여 만에 다시 재개됐다.

군은 이날 군사분계선에 설치된 11개의 대북 확성기방송시설을 우선 가동했으며, 심리전 효과가 충분하지 못한 곳이 있을 경우 최신형 이동식확성기 6대도 투입할 예정이다.

대북 확성기는 최대 야간 약 24km, 주간 10여km 떨어진 곳까지 음향을 송출할 수 있다.

군은 확성기의 위치 노출을 피하기 위해 예측하지 못하는 시간에 각각의 시설에서 무작위로 방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시설별로는 하루에 2~6시간 방송을 내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게릴라식 방송'을 진행하는 것은 앞서 북한이 지난해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확성기 조준타격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군은 이날 스피커가 설치된 지역에 확성기 설치지역에는 폐쇄회로(CC)TV를 비롯해 적외선감시장비가 장착된 무인정찰기, 토우 대전차미사일, 대공방어무기 비호, 대포병탐지레이더(AN/TPQ-36) 등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K-4 고속유탄기관총, K-3 기관총, 90㎜ 무반동총 등 즉각 응징 태세를 갖추고 있다.

확성기가 설치된 10여 곳의 지역에는 최고경계태세(A급)가 발령돼 있다.

군은 북한이 확성기 방송 시설에 조준사격을 가하면 유엔헌장에 따른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유엔헌장 51조는 "회원국에 대해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유엔의 어떠한 규정도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8일 경기 중부전선 대북 확성기 방송실에서 육군 장병이 방송 장비를 작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방송은 작년 8월과 같이 심리전 FM 방송인 '자유의소리'를 내보낸다.

방송의 내용은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홍보' '대한민국 발전상 홍보' '민족동질성 회복' '북한 사회 실상' 등 4가지로 구성된다.

주목할 내용은 북한 사회 실상에 관한 것인데,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실태와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경제난 등이 해당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김정은 제1위원장을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들도 대북 확성기 방송에 출연, 북한 사회의 실상과 한국의 실상을 직접 비교한다.

다만 군 관계자는 "사실에 기초해 북한 체제를 비판하되 김정은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처럼 유치한 방법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북측의 젊은 장병들에 대한 심리적 측면에서 '엔터테인먼트' 방송도 이뤄진다.

작년 8월 방송 당시에도 1990년대 가요와 함께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빅뱅의 '뱅뱅뱅', 아이유의 '마음' 등 최신가요를 내보냈다.

이번엔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에이핑크의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등을 비롯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애란의 '백세인생' 등의 가요가 포함됐다.

한편,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국내 유일한 비무장지대(DMZ) 내인 파주지역 관광과 양구 을지 전망대, 제4 땅굴 등의 안보 관광지 운영은 잠시 중단됐다.

각 지역의 통일전망대들도 운영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에서 철수시켰다.
 

[신아일보] 전민준 기자 mjje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