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지방 머리 맞대고 누리예산 해법 찾아라
[사설] 정부·지방 머리 맞대고 누리예산 해법 찾아라
  • 신아일보
  • 승인 2016.01.0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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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육정책 놓고 갈등 이제 그만
부담 주체 놓고 법적다툼 절대 안될일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새해 초부터 법적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등 정부는 시·도교육청에 대한 예산집행정지 신청과 대법원 제소, 교육감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시·도교육감들도 법률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새해 예산 4조원을 누가 부담하느냐이다.

정부는 시·도 교육청이 부담 주체라고 주장하고 시·도교육청과 지방의회는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5일 담화문에서 기존 대법원 제소에서 추가로 감사원 감사청구, 검찰고발을 포함한 모든 법적·행정적·재정적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며 압박 강도를 한층 높였다.

최 부총리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해 정부가 4조원을 교부했는데도 편성을 하지 않는 것은 그 돈을 유용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 제대로 교부금을 집행했는지를 감사 청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교육감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재량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률상 의무”이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6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교육청들은 교육부와 성실하게 협의해왔지만 이런 상황에서 직무유기라며 감사원 감사와 검찰 고발을 운운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다”며 정부가 법적 조치를 취하면 교육감들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누리과정 예산을 이미 내려 보냈다”는 정부의 말은 추가 4조원을 따로 챙겨준 게 아닌, 법정 비율이 정해진 교부금 41조2284억원 중 4조원을 누리과정에 쓰도록 강제한 것이다.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 경비로 지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시행령은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과 충돌한다. 법은 누리과정과 같은 목적사업에 쓰라고 강제하지 않은 것인데 시행령이 목적사업을 강제해 교육청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누리과정이 뭔가. 젊은 부부들이 마음 놓고 애를 낳도록 국가가 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과정이 아닌가.

교육·보육을 무상으로 책임져 저출산을 줄이겠다는 정책취지는 옳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3월 만 5세를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갔고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에 따라 2013년엔 3-4세까지 확대됐다. 야당도 반대하지 않았다.

공립유치원은 1인당 월 11만원,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은 1인당 월 29만을 지원한다. 현재 130만 명의 어린이가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처음부터 잘못됐다. 정치권이 선거에서 표를 얻는데 급급하다가 예산문제를 촘촘히 따져보지 않아 이런 갈등이 초래된 것이다.

초기 설계가 잘못되다보니 매년 임시방편으로 ‘땜질 처방’만 해온 결과인 셈이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유치원·어린이집 예산을 모두 마련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서울·경기·광주·전남은 새해 예산이 ‘0’이다.

다른 시·도 교육청도 2~6개월 치 예산만 확보했다. 이대로 가다간 보육대란은 불을 보듯 훤하다.

아이들을 키우는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으며, 중앙과 지방이 다를 수 없다. 정부의 ‘엄포’나 지방의 ‘억지’는 국민만 피곤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정부는 여론조사에서 ‘중앙정부가 부족한 예산을 더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65.2%로 나타난 결과를 외면해선 안 된다.

답은 대화와 협상, 즉 소통에 있다. 교육감들도 교육부·기획재정부·국회 여야 등 대표가 참여하는 긴급회의를 제안한 만큼 관련 당사자들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