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금연효과 없이 연간 세수 10.5조 확보
'담뱃값 인상' 금연효과 없이 연간 세수 10.5조 확보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6.01.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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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24% 줄고 세수 3조6000억 늘어… 금연효과 연초에 반짝
"기재부, 담뱃값 인상·어긋난 예측 사과 먼저해야" 지적도

정부가 지난해 담뱃값을 올려 거둔 세수가 전년대비 3조6000억원이나 더 걷혀 10조원을 넘었다. 이는 애초 정부가 추산한 연간 세수 증가분 2조8000억원에 비해 8000억원 가량 더 많다.

반면 흡연율 감소 예측치는 정부가 예상했던 감소율(34%)보다 11% 낮은 23.7%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5년 담뱃값 인상에 따른 효과'에 따르면 지난해 담배 판매량은 전년 43억6000만갑에 비해 23.7% 감소한 33억3000만갑으로 집계됐다.

담배 반출량은 31억7000갑으로 전년 45억갑 대비 29.6%가 감소했다.

담배 판매량은 담배제조·수입업체가 반출·통관한 담배를 도·소매점에 판매한 양을 말하며, 담배 반출량은 제조담배 공장 반출량과 수입담배 세관 통관량을 합한 수치다.

담배 반출량으로 추계한 지난해 담배세수는 전년 6조9000억원에 비해 3조6000억언 증가한 10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세수효과와 금연효과는 모두 정부의 예상치를 빗나갔다.

정부는 작년 담뱃값을 인상하면서 연간 담배 판매량이 28억6500만 갑으로 약 35% 감소하고, 세수는 2조80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금연효과는 정부 예상보다 4억6500만갑 가량 덜 나타났고, 세수는 8000억원 가량 더 늘어났다.

여기에 판매량이 줄어든 현상이 가격 인상 직후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 등을 들면 결국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이 유명무실하게 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담배협회에서 발표한 지난해 월별 담배 판매량을 보면 담뱃값 인상 직후인 1월에는 1억7000만갑으로 전달 3억9000만갑 대비 48%나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동년 3월 2억4000만갑, 5월 2억7000만갑으로 판매량은 점차 증가세를 나타냈다.

그러다 7월에는 최근 3년 동안의 월평균 판매량(3억6200만갑) 수준인 3억5000만갑까지 치솟았다가 10월 3억갑, 11월 2억9000만갑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 감소폭은 10월 18.9%, 11월 19.4%로 둔화됐다.

담배 세수의 기반이 되는 '담배반출량'은 담뱃값 인상 직후인 올해 1월 34억 개비, 2월 36억 개비로 낮아졌다가 3월 들어 49억 개비로 역시 급격히 늘었다.

이후 4월 58억 개비, 5월 54억 개비, 6월에는 57억 개비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효과 역시 저조했다.

지난해 초부터 보건당국이 시행한 금연치료 지원사업에 참여했던 흡연자 10명 가운데 7명은 중도에 포기해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2%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한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에는 지난해 9월말 기준 흡연자 16만2010명이 지원했다.

그러나 건보공단의 '금연지원 프로그램 유지 및 중단 현황(참여자 기준)' 자료를 보면, 10만9693명(67.7%)이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 참여 흡연자 10명중 7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2만1217명이 금연지원 프로그램을 이수했지만 금연에 성공해 금연치료를 끝낸 인원은 3403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성인남성 흡연율 역시 전년의 40.8%에서 불과 5.8%포인트 떨어진 35.0%로 조사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담배 세수 현황은 담배 반출량을 기준으로 추정한 것으로 실제 세입과는 다를 수 있다"며 "당초 정부의 세수 증가분 예측치인 2조8000억원보다 다소 증가한 것은 경고그림 도입 지연 등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정부 해명에도 흡연율의 주요 잣대인 담배 판매량을 보면 정부의 흡연율 감소 예측치가 심각하게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은 이날 "기재부가 담배 관련 세금부과의 기준이 되는 반출량을 기준으로 납세자연맹의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혔다는 식의 해명에 나선 것은 국민들에게 혼선을 줄 뿐 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연맹은 이어  "담뱃값 인상이 예견됨에 따라 2014년 하반기 발생한 담배를 사재기 효과를 고려할 때 지난해 반출량은 예년보다 저평가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올해 예산안에 반영된 담배세수는 지난해보다 약 1조원 증가한 11조5000억원인데, 지난해 담뱃값 인상에도 올해 담배 반출량이 왜 지난해보다 더 늘어나는 지 기재부는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기재부는 중독성 기호품인 담배의 가격탄력성 부풀리기에 대한 정확한 해명과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가난할수록 많이 부담하는 담뱃세를 즉각 인하하고, 가격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흡연율 저감에 나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재부는 세수증가분 3조6000억원 중 1조4000억원은 지방재정, 1조원은 국세, 1조2000억원은 건강증진부담금 등으로 납입할 예정이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