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으로 한 혼인신고… 法 "충분한 증거 있어야 무효"
장난으로 한 혼인신고… 法 "충분한 증거 있어야 무효"
  • 김병남 기자
  • 승인 2016.01.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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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던 시절 '사랑확인'으로 졸지에 유부남 된 20대男

장난으로 쓴 결혼신고서라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신고됐다면 무효로 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가사부(정완 부장판사)는 A(28)씨가 옛 여자친구 B(24)씨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 확인소송 항소심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5일 밝혔다.
 
A(28)씨는 2014년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가족관계등록부 등 필요한 서류를 챙기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이미 결혼한 것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A씨의 가족관계등록부상 배우자는 2012년 4개월가량 사귄 옛 여자친구인 B(24)씨였다.
 
어찌 된 영문인지 고민하던 A씨는 B씨를 사귈 때 장난삼아 써준 혼인신고서가 떠올랐다.
 
B씨에게 연락해 보니 바로 그 혼인신고서를 시청에 제출했다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당시 20대 연인 사이에는 사랑을 확인하고자 혼인신고서를 작성하는 게 유행이었다. 물론 행정기관에 제출하지는 않았다.
 
A·B씨도 다른 연인처럼 혼인신고서를 만들어 보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A씨는 혼인신고서를 절대 시청에 내지 말라고 B씨에게 신신당부했다.
 
그럼에도 B씨는 시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당시 B씨의 나이는 20살. 혼인신고서 접수가 어떤 법적 효력을 갖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둘은 4개월가량 만나다 헤어졌다. 2년이 흘렀고 B씨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A씨의 전화를 받고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둘은 어떻게든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하기로 했다. B씨 역시 결혼할 새 남자친구를 만나 임신 상태였고 자칫 B씨가 낳은 아이가 A씨의 호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B씨는 일단 협의이혼하자고 제안했지만 A씨는 혼인하지 않은 상태로 되돌리고 싶었다.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혼인 무효 소송을 의정부지법에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A씨는 항소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최근 항소를 기각했다. B씨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법정에서 인정했지만 소용없었다.
 
의정부지법 가사부는 판결문에서 “법률혼주의를 취하는 국내 법제 아래서는 혼인 무효를 이해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A씨와 B씨의 혼인이 합의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A씨는 대법원 상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아일보] 의정부/김병남 기자 bn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