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진심으로 대하는 복지가 투자다
[독자투고] 진심으로 대하는 복지가 투자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01.0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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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옥동주민센터 이보현 동장

 
옥동주민센터 동장으로 인사발령을 받고 온 지 반년이 지났다.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이 안동시에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동네라 사회복지업무가 과중된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 복지담당 책상 앞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알콜릭 민원과 병원비나 생활비 부족을 호소하면서 찾아오는 민원을 보다보면 여기가 안동시 복지행정의 최전방임을 실감하게 된다.

동장인 본인도 틈틈이 시간될 때마다 독거노인 가구 등을 방문하고 있지만 정말 복지사들이 다녀야 할 곳은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5년간 정부 복지정책 예산이 45% 늘었고 사회복지공무원 수천명을 증원하였다고 한다. 또한 지난해 7월 맞춤형 복지제도 시행 이후 수급자제도 또한 많이 완화되었다.

하지만 저소득층 자살, 독거노인의 쓸쓸한 죽음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복지에 대한 투자가 아직도 부족한 건지, 아님 전달체계가 잘못된 건지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며칠 전 10년 넘게 익명으로 쌀과 라면 등을 기부 중인 옥동에 모 노래방 사장님의 이야기를 복지담당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10년 전 어린 자녀가 백혈병이 발병하여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자녀를 떠나보내고 지금까지 후원해 오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또 며칠 전 아침에도 익명의 기부자가 주민센터로 쌀 10포를 전달해왔다. 배달하는 이는 누군지 밝히길 원하지 않으셨다는 말만 남기고 쌀을 내려놓고 갔는데 거기 편지엔 ‘옥동동장님께, 독거노인과 한부모가정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마도 글씨체를 봐서는 60세가 훨씬 넘은 노인일거라 생각된다. 왜 이들은 본인들도 넉넉하지 않은 사정에 이렇게 익명으로 후원을 해주셨던 것일까?

익명의 기부자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제대로 된 복지는 예산증가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복지를 투자로 인식하고 진심어린 서비스제공과 전달만이 대상자를 감동시키고 오늘처럼 다시 복지에 투자할 수 있는 귀한 사람들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현장의 복지직 공무원들의 수고만을 강조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충분한 보상과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독거노인들을 위해 안부전화로 야근하고 고생하는 있는 복지담당 직원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하면서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할 예정이다.

진심 어린 마음을 담은 복지 상담으로 투자를 하고 있냐고… 혹시 오늘 복지담당에게 도움을 받은 대상자가 익명의 후원자가 되어 돌아올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달라고…. 

/경북 안동시 옥동주민센터 이보현 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