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법안 해 넘겼는데도 여야 '네탓 공방' 계속
쟁점 법안 해 넘겼는데도 여야 '네탓 공방' 계속
  • 이재포 기자
  • 승인 2016.01.0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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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국회 8일 막 내리는데 상임위 일정도 못 잡아
선거구·입법 공백사태… 표류 정국 장기화 불가피
▲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한강변 나무줄기가 영하의 날씨에 얼어붙어 고드름이 맺혀 있다.ⓒ연합뉴스

헌정사상 초유의 국회의원 선거구 무효 사태로 새해를 맞은 국회가 오는 8일 임시국회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여야는 아직도 쟁점 법안의 소관 상임위원회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사실상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쟁점 법안들이 이번 제19대 국회에서는 '미제'로 남을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팽배하다.

특히 여야가 다시 임시국회를 소집한다 해도 석 달여 앞으로 닥친 4·13 총선 준비로 인해 의원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터라, 처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현실성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여야는 현재까지도 쟁점 법안에 대한 견해차를 전혀 줄이지 못한 채 '네탓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5개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 특별법(일명 원샷법),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의 연내 처리를 강하게 촉구하고,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을 요구하면서 대치를 거듭한 끝에 결국 이들 가운데 단 한 건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 못했다.

특정 법안을 놓고는 오히려 여야간 간극이 멀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테러방지법은 테러방지센터를 총리실에 두는 것으로 여야가 잠정 합의했으나, 여당 지도부가 국가정보원에 둬야 한다며 입장을 선회해 사실상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양측이 기존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더군다나 여야는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에 대해 수개월 간 마라톤 협상을 벌이고도 지난해 연내 합의에 실패하면서 책임 소재를 놓고 감정이 격앙된 상태다.

새누리당은 더민주의 당내 분열과 발목 잡기로 '입법마비' 사태가 벌어졌다고 비판했고, 더민주는 법안을 원안대로만 처리하려는 정부·여당의 '고집불통'이 문제라며 서로 책임으로 돌렸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3일 구두논평에서 "야당은 안철수 의원 탈당과 지도부 분열로 국회에서 법안 심의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여당을 위한 법이 아니라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인 만큼 새해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더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선거구 획정이나 쟁점 법안에서 야당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면서 "새누리당은 청와대 눈치를 보며 버티지 말고 협상에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는 여야 모두 '밀린 숙제'를 풀 능력은 차치하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오는 14일부터 총선일까지는 의정보고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의원들은 본업인 법안 심사에 큰 열의를 나타내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야가 막판 정치력을 발휘해 '실타래'를 풀 수도 있겠지만 더민주는 안철수 의원의 탈당 사태 이후 지도부가 협상에 전념하기 어렵고, 새누리당 역시 공천룰 세팅 작업 과정에서 계파간 갈등이 노출돼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야당과의 협상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여당은 쟁점 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을 경우 정 의장이 마련한 중재안이 직권상정돼도 이를 부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 의장은 선거구획정안 외에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 없이 직권상정하는 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이마저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쟁점 법안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법안이기 때문에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서로를 탓하고, 쟁점법안과 선거구가 여당 방침대로 연계돼 있는 현 형국이 이어지는 이상 교착 정국의 출구는 없어보인다.

이에 따라 19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여야가 대치전만 이어가는 '무능 국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아일보] 이재포 기자 jp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