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면 왜 머리가 아프고 필름이 끊길까?
술을 마시면 왜 머리가 아프고 필름이 끊길까?
  • 신아일보
  • 승인 2015.12.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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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하루의 일이 끝나는 시간에 사람들은 술로 하루의 고단함을 풀어내곤 한다.

특히 요즘같은 연말에는 더 심하다. 이런 모습을 보면 술은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음료인 것처럼 생각돼지기도 한다.

술이 몸에 어떤 영향을 주기에 많은 사람들이 시대를 뛰어넘어 술을 찾고 또 만들어 마시는 것일까? 또한 술을 마시면 왜 머리가 아프고 필름이 끊기는 것일까?

인도의 신화를 살펴보면 술은 속세의 음료가 아니었다고 한다. 술은 소마(Soma)라고 불리었는데 이 술은 술집에서 마시는 속된 음료가 아니라 신의 거룩한 음료였다는 것이다.

신들이 소마를 마셔야 불멸을 얻듯이, 인간도 소마를 통해 불멸을 얻을 수 있다고 믿어졌던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신성한 제사 음식으로 소마를 마셨다.

종교적인 의미로 우리의 전통 제례에서 혹은 천주교 미사에서 약간의 술을 볼 수 있지만 이것은 취하고자 마시는 술이 아니라 제사를 지내고 난 뒤의 음복으로 마시는 술이거나, 미사에서 마시는 포도주는 예수님과 하나임을 상징하는 술로 마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음주, 혹은 음주를 통한 도취는 철저하게 종교적인 의미를 벗어나 세속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다.

사람들은 술을 마심으로써 일상적인 탈출, 정상적인 의식의 흐름을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밤새 술에 취하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후회하고 그러면서도 이런 과정의 반복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술이 주는 무한의 느낌 때문이다.

필름이 끊기는 순간 무시간, 무공간의 황홀을 체험하게 되고 필름이 끊어지는 상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술에 취하면 평소 마음속에 꽁하니 지니고 있던 말도 스스럼없이 나오고 허풍도 떨고 온 세상이 모두 내 것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이런 기분을 얻고자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 왜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리고, 필름이 끊기는 것일까?

술은 주성분이 ‘물’과 ‘에탄올’이다. 술을 마시면 일어나는 여러 현상은 에탄올로 인한 것인데, 위와 소장에서 흡수된 에탄올은 우리 몸 안의 독극물 분해 장소인 간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그리고 아세트산으로 바뀐다.

에탄올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는 것은 사람들마다 크게 차이가 없으나 아세트알데히드가 아세트산으로 바뀌는 것은 사람들마다 큰 차이가 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속이 쓰리고 머리를 아프게 하는 숙취 물질이며, 독성이 강한 물질이므로 이를 빨리 분해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사람들마다 술을 마시는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필름이 끊긴다는 것을 의학용어로 블랙아웃이라 한다. 기억을 입력, 저장, 출력하는 과정 중 입력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의학계에선 에탄올의 독소가 직접 뇌세포를 파괴하기보다는 신경 세포와 신경 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 과정에 이상이 생겨 기억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에탄올이 뇌의 새로운 사실을 기억시키는 특정한 수용체의 활동을 차단해 뇌의 신경 세포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글루타메이트라는 신경전달 물질도 활동이 멈추게 된다.

따라서 뇌의 신경 세포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저장되지 않고 ‘공백의 시간’이 만들어진다.

현대에 들어서서 술은 불로장생 보약도 아니고 신성한 제사 음식도 아니다. 술이 가지는 여러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스스로 절제할 수 있을 만큼의 술을 마실 수 있어야 한다. 

/최중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