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2차관 '나눔의집' 방문…피해할머니들 "정부 틀렸다"
외교2차관 '나눔의집' 방문…피해할머니들 "정부 틀렸다"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12.2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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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다한 결과, 이행에 최선" vs. "인정 못해, 공식 사죄·배상해야"

▲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2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을 방문해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내용을 설명하기에 앞서 할머니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 피해 할머니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조 차관은 29일 오후 2시40분경 나눔의 집에 도착한뒤 피해 할머니 6명과 마주 앉아 "어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져 할머니께 상세히 설명하고 후속조치를 포함해 앞으로 계획을 말씀드리고 할머니들 의견을 들으려고 왔다"고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이어 "합의 전 뵙고 의논했어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전날 일본이 갑자기 움직이고 연휴가 사흘이나 돼서 따로 뵙고 의논 못하고 회담 후 찾아뵙게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합의 내용에 대해 할머니들께서 만족하지 못하시는 것 알지만 이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께서 취임 후 집중력을 갖고 집요하게 했던 점 알고 계실 것"이라며 "전력을 다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외무대신이 공식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일본 정부가 할머니들 상처와 명예에 대해 책임 통감한다고 했고, 아베 총리가 취임후 최초로 공개된 자리에서 공식 사죄했다"며 이번 합의의 성과를 강조했다.

조 차관은 또 "할머니들이 24년 전 용기있는 고백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노력하신 결과이고 할머니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뤄진 결과이니 좋게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당부한뒤 "할머니들의 상처 치유와 명예 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 이행에 온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조 차관의 설명을 들은 피해 할머니들은 사전 협의없이 이뤄진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식 사죄와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2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이 한일 위안부 협상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방문한 조태열 외교부 2차관에게 협상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희남(88) 할머니는 "합의를 하신 것까진 좋고 애 많이 쓴거 아는데, 법적 기준대로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며 "크게 대우받을려고 하는게 아니다. 정부에 너무 섭섭하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김군자(90) 할머니는 "피해자는 우리인데 정부가 왜 함부로 합의합니까. 우리는 인정 못해"라며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죄와 개인적 합의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옥선(89) 할머니도 "할머니들 몰래 가만히 협의했다가 어르고 있다"며 "우리 정부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팔아먹은 것이다. 정부에서 뭘하나. 공식 사죄와 배상, 난 꼭 받아야 한다"고 격앙했다.

이 할머니는 "본인들이 모르는데 무슨 사죄고 배상했다고 하냐"며 "할머니들 속이고, 내 생각엔 우리 정부가 틀렸다"고 비판했다.

강일출(88) 할머니 역시 "역사 문제는 우리가 있는데 자기들끼리 하고 있어, 이 나라 똑바로 지켜봐라. 우리 시민들이 있고 기자들도 있는데…우리를 없이 여기는 거다"라며 이번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피해자들 의견을 들은 조 차관은 "무겁게 깊이 새겨들었다. 피해자는 우리들인데 왜 정부가 하느냐는 것 지당하다. 우리는 할머니들 대표해서 할머니들 아픔이 국민 아픔이고 할머니 명예가 국민 명예라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금년만 9분 돌아가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는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생존하신 동안 100% 만족은 아니더라도 일본 정부 대표자로 부터 공식 사죄를 받고 책임 인정 받았다는 것이 합의의 의미라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할머니께서 기뻐하시고 만족하시는 답변 못 드려 죄송하고 이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명예가 완전히 회복되는 날까지 정부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안신권 나눔의 소장은 "피해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은 합의가 말이 되느냐"며 "법적으로 위헌 소지도 있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안 소장은 "피해 할머니들이 그동안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싸웠다면 이제부터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싸워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한편, 나눔의 집에는 46명의 위안부 생존 피해할머니들 중 10명이 생활하고 있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