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빠질 때까지 가는 예능… 시즌제 필요하다”
“물 빠질 때까지 가는 예능… 시즌제 필요하다”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12.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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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KBS 떠나 CJ E&M 이적 3년
▲ (사진=연합뉴스)

"예능 시청률 하락, 걱정할 일인지…
방송이 다양해진 것에 따른 결과
내년에도 새 콘텐츠 만들고파"

MBC TV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최근 시즌제 도입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토요일 저녁에 할 수 있는 이야기는 2009년까지 웬만한 건 다했다”면서 털어놓은 이야기였다.

김태호 PD 발언이 회자하면서 방송가에서는 스타 예능 PD로 함께 거론되는 나영석 CJ E&M PD의 활약이 화제가 됐다.

나 PD는 올해만 해도 ‘삼시세끼’ 어촌편1·2와 정선편,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 디지털 콘텐츠 ‘신서유기’까지 5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내년 1월1일 시작하는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까지 치면 2개월마다 한 편씩 만든 셈이다.

나 PD는 좀처럼 마르지 않는 샘물의 원동력 중 하나로 ‘시즌제’를 꼽았다.

나 PD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한국 예능은 ‘물 빠질 때까지’ 하다가 망해야 비로소 끝난다”면서 “무조건 방송을 이어가는 건 근시안적 논리”라고 밝혔다.

내년 1월이 되면 KBS를 떠나 CJ E&M으로 옮긴 지 3년이 되는 나 PD로부터 제작 철학과 한국 예능 현실 등에 대한 이야기를 고루 들었다.

다음은 나 PD와의 일문일답.

- 올해만 해도 대여섯 작품을 만들었는데?

△공동 연출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잘 갖춰진 덕분이죠.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방송 2~3회가 남으면 관리감독을 제외한 나머지는 후배들에게 맡기고 저는 다음 기획에 매진해요.

원래 한 프로그램에 몰입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 익숙했는데 이곳(CJ E&M)에서 시즌제로 일하다 보니 보통 3개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데 훈련이 된 것 같아요.

- 예능 시즌제 필요성을 크게 느끼나?

△시즌제는 굉장히 필요합니다. 드라마는 끝이 있지만, 예능은 끝이 없어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물 빠질 때까지’ 하다가 망해야 비로소 끝나죠. 그래서 아무리 잘 나가는 프로그램도 끝이 안 좋아요.

아무리 영광스러운 시절이 있었어도 방송이 끝나면, 망한 프로그램의 PD가 되는 거예요. 몸바친 예능인들도 쓸쓸히 퇴장하고요. 그것이 정말 아쉽죠. 두 번째 문제로는 한 프로그램만 계속 찍다 보면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조달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 그럼에도 좀처럼 예능 시즌제가 정착되지 않는데?

△방송국 입장에서는 놓기가 아깝기 때문이죠. 냉정히 이야기하면 자본주의 논리에요. (인기 프로그램에) 휴지기를 갖게 하고 다른 프로가 들어갔을 때 망할 수도 있으니깐요. 그런데 무조건 방송을 이어가는 건 근시안적 논리에요.

시즌제를 해서 휴지기를 가지면 더 고품질 방송이 나올 수도, 더 큰 부가가치를 낼 수도 있어요. 저도 하나의 프로그램을 몇 년 만들었지만, 지금이 훨씬 좋아요. 여기서도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쉴 수 없는 건 똑같지만, KBS 2TV ‘1박2일’ 1년 내내 할 때가 지금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 CJ E&M으로 이적한 지 만 3년이 되는데 어떤가?

△PD한테는 자기가 하고 싶은 방송을 원하는 사람들과 만들 수만 있다면 그게 전부에요. 제가 CJ E&M으로 온 건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 이명한 본부장 등 가깝고 과거 일했던 사람들과 다 함께 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죠. 또 시즌제를 비롯해 PD들이 원하는 스케줄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된 점도 컸어요.

- 만약 3년 전 CJ E&M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지금 나 PD는 어떨까?

△글쎄요. (그는 답변을 한참 망설였다.) 그래도 KBS에 계속 있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너무 지쳐 있었거든요.

- 올해도 예능가 흐름을 선도했는데?

△착시 현상입니다.(웃음) 저는 예능 흐름을 선도하는 게 아니라 잘하고 좋아하는 예능 스타일을 독보적으로 가진 PD일 뿐입니다. 장르로 보면 리얼리티이고 소재로 보면 여행과 음식이죠. 그냥 여행하고 밥 먹고 하는 일의 반복이에요.

트렌드와 소재는 언젠가 질리기 마련이고 저도 시청자 관심을 자양분으로 일하는 사람인 만큼 시청자 관심이 다른 쪽으로 옮겨간다면 그 분야에서 또 노력해야죠.

아직은 제 상점(그는 자신을 상점 주인이라고 표현했다)을 찾는 손님이 있다고 생각해요.

- 내년 한국 예능 흐름을 예측한다면?

△제가 흐름을 선도하는 사람도 아닌데……(웃음). 다만 그런 생각은 들어요. 옛날에는 예능이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였어요. 한 방송사가 미팅 프로그램을 하면 방송 3사 전체가 결국 다 미팅 방송을 해요.

한쪽에서 축구 한다고 하면 한쪽에서는 활 쏘고 하는 식이죠. 그런데 갈수록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가는 것 같아요.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각자 스타일대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청자들이 골라서 소비하는 거죠.

예능 시청률이 떨어진다고 고민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저는 그것이 과연 고민일까 싶어요.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의 방송이 다양해진 만큼 시청률도 영향을 받는 거죠.

- ‘꽃보다’(2013)와 ‘삼시세끼’(2014), ‘신서유기’(2015)를 잇는 새로운 시리즈를 구상 중인가?

△내년에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하나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는 서로 해요. 아직 구체적으로 구상 중인 것은 없어요.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