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라고 남 돕는 일 꺼릴 필요 있나요?”
“시각장애인이라고 남 돕는 일 꺼릴 필요 있나요?”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12.2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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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편견 딛고 해외 빈곤 아동 6명 후원하는 장지은씨

‘내가 하는 일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아이들이 있어 상상 이상의 행복을 느낀다. 아이들의 정성이 담긴 편지를 읽을 때면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해외 아동 결연 프로그램을 통해 6명의 아이를 돕는 대학생 장지은씨(24·여·대구대 초등특수교육학과·사진)가 아이들로부터 온 편지를 받은 어느 날 일기장에 쓴 문구다.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월드비전 사무실에서 만난 장 씨는 다른 후원자와는 조금 달랐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다.

“아이들의 손 글씨를 볼 수 없고 차가운 컴퓨터 소리를 들어야 하지만 아이들이 고심해서 고른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 쓰다 보면 따뜻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장 씨가 처음 아동을 후원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8년이었다. 하지만 첫 후원은 오래가지는 못했다.

“고등학생 신분에 용돈도 빠듯하다 보니 첫 후원은 오래 하지 못하고 중단했어요. 팔레스타인 아이였는데 후원 중단을 요청하던 날 가슴 아픈 감정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나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후원을 중단한 일은 계속 장 씨의 마음에 남았고 2011년 1월 대학생이 된 장 씨는 아프리카 가나에 사는 하루나 아비바양(10)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이후 후원 아동을 점차 늘려 이제는 우간다·몽골·필리핀·보스니아·엘살바도르 아동까지 총 6명을 후원하고 있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보낸 편지는 600통이 넘었다.

“제 일상을 가감 없이 전하려면 눈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아이가 알아야 하니까 처음부터 말해요. 푸레브수렝 에르데네바야르양(10·몽골)은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는 색종이나 나무로 직접 만든 선물을 보내주더라고요. 볼 수 없으니 손으로 만지고 느끼도록 배려한 거죠.”

이렇게 마음을 담은 후원활동을 이어간 장 씨는 최근 열린 월드비전 후원자수기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렇지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남에게 도움을 준다’며 장 씨에게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내보이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장씨는 이런 편견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임용고시를 통과하고서 초등 특수교사가 되면 후원 아동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