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난민 네가족 22명 입국… 서툰 한국말 "안녕하세요"
미얀마 난민 네가족 22명 입국… 서툰 한국말 "안녕하세요"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5.12.2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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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인정자 지위 부여받아 국내 거주자격(F-2)비자 체류

▲ '재정착 난민제도'에 따라 23일 오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미얀마인들이 입국심사장 앞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8시30분경 태국 난민캠프에 머물던 미얀마 난민 네 가족이 '재정착 난민제도'에 따라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난민법 시행 2년 만에 이뤄진 첫 난민 입국이다.

재정착 난민 제도는 해외 난민캠프 등에 있는 난민 중 한국에 재정착을 희망하는 이들을 유엔난민기구(UNHCR)의 추천을 받아 심사절차를 거쳐 우리나라에 난민으로 수용하는 제도로,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7월 난민법에 재정착 난민에 대한 근거 규정이 마련됐다

법무부 등 관계자 20여명은 입국심사대 앞에서 이들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환영인사를 건넸다.

이날 입국한 대한민국 1호 재정착 난민 쿠뚜(44)씨는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수줍게 인사하기도 했다.

미얀마 라카인주 출신인 그는 1993년 미얀마 정부군과 반군의 계속되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고국을 탈출했다.

▲ '재정착 난민제도'에 따라 23일 오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미얀마인들이 입국심사장으로 향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그는 부인, 큰 딸과 함께 국경을 넘어 태국 메라 난민캠프장에 자리잡아 그 곳에서 4명의 아이를 더 낳고 20년 넘게 살았다.

난민들은 캠프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 돼있다. 난민 캠프장 출입구마다 태국 정부 관계자들이 지키고 있다.

그러나 캠프 안에서 일하면 하루 일당이 150바트, 한국 돈으로 6000원 정도로 너무 적은 탓에 난민들은 돈을 벌려 캠프 밖을 전전했다.

태국 정부 관계자들의 눈을 피해 캠프 주변 벌목공장에서 몰래 일을 하다 2006년 지뢰를 밟는 사고를 당해 오른쪽 발목이 절단돼 의족에 의지하고 있다.

이날 입국한 난민들은 태국의 더운 날씨 탓에 대부분 얇은 옷차림이었으며 몇몇은 반소매 차림이었다. 법무부는 이들에게 남색 겨울용 패딩 점퍼를 선물했다. 네 명의 가장들은 대표로 남색 겨울용 패딩 점퍼를 선물 받아 직접 입어보기도 했다.

▲ '재정착 난민제도'에 따라 23일 오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미얀마인들이 입국심사장 앞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겨울옷을 선물받고 있다.ⓒ연합뉴스
이번에 입국한 난민들은 서류심사과 신원조회, 현지 면접조사 등 수용절차를 거치고 국내정착 가능성과 사회통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됐다.

쿠뚜씨 가족 등 네가족 22명이다. 지난 4월에 태어난 아기를 포함해 미성년자는 11명이다.

아이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미리 연습한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배꼽인사'를 하기도 했다.

환영식에서 쿠뚜씨는 "한국 문화가 버마 문화와 비슷해 재미있다"며 "한국 사람이랑 피부색과 음식도 거의 비슷해 한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입국 후 난민인정자 지위를 부여받고 국내에서 거주자격(F-2) 비자로 체류한다.

이날 인천 난민센터로 이동하고 초기 6~12개원간은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 머물며 한국어, 기초 법질서 교육 등을 받게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고 오늘 그 첫 결실을 보았다"며 이들의 정착을 위해 국민의 따뜻한 관심과 적극적 지원을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들을 시작으로 향후 3년간 매년 30명 이내의 미얀마 난민을 재정착 난민으로 수용할 방침이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