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과 안철수, 국민에 부끄럽지도 않는가
[사설] 문재인과 안철수, 국민에 부끄럽지도 않는가
  • 신아일보
  • 승인 2015.12.0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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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자신들에도 도움이 안돼
이럴거면 이번 기회에 갈라서라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의 문턱에 서 있다. 안철수 의원의 ‘당 대표직 사퇴, 혁신전당대회 개최’ 라는 최후통첩을 문재인 대표가 거부함에 따라 안 의원에겐 ‘당 잔류냐, 탈당이냐’의 선택만 남았기 때문이다.

안 의원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9일 “문 대표가 이번 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안 의원은 다음 주쯤에는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안 의원의 탈당을 강력 시사했다.

문 의원은 안 의원이 탈당하게 되면 7~10명 안팎의 의원들이 동반탈당하고 2·3차까지 20~30명 의원들이 탈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신당을 추진하는 천정배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도 재확인했다.

안 의원은 문 대표가 수도권·중도의원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마이웨이’로 간다면 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대표체제를 그대로 나두고 ‘친노패권주의’를 묵인하는 것은 자신을 들러리 세우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인 셈이다.

안 의원 측근들은 탈당 후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며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중도성향 의원들과 결합하는 시나리오까지 거론하고 있다.

반면 문 대표는 안 의원의 혁신전당대회 대신 통합전당대회를 제안했다. 문 대표는 8일 “정의당 또는 천정배(신당) 등의 세력과 함께 통합하는 전대가 될 수 있다면 대표직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 새 대표를 뽑기 위해 안 의원 등과 경쟁하는 식의 전당대회는 개최할 수 없고 외연을 넓히는 통합전당대회는 열 수 있다는 게 문 대표의 주장이다.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2년 대선 단일화협상 때부터 수차례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지난 4월과 10월 두 차례 재·보선에 참패하면서 ‘문 대표 퇴진’을 놓고 지루한 공방을 벌여왔다.

국민들이나 야당 지지자들이 문·안 두 사람이 정치발전을 위한 ‘혁신’를 놓고 싸운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모두가 한심하고 치졸한 지분다툼·공천권경쟁에 불과하다고 여길 것이다.

사실 야당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 여당의 ‘국정운영 독주·독단·독식’을 견제하고 나라 곳간이 세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의 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게 야당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야당은 어떤가.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집안 계파싸움에 몰두해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권력다툼에 깊이 매몰돼 있으니 민생이 보이기는 하겠는가.

‘문·안갈등’으로 제1야당의 역할을 팽개치고 허송세월을 보낼 바에는 차라리 갈라서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가 많다. ‘화합과 통합’이니 ‘혁신·새정치’니 하는 따위의 낯 뜨겁고 입에 발린 소리는 그만하기 바란다.

두 사람은 이번 기회에 완전히 갈라서 문 대표는 제대로 된 ‘화합과 통합의 길’을 가고 안 의원은 초심 그대로 ‘새정치·혁신의 길’을 가는 것이 국민들을 위한 길이고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얼마인가. 좀처럼 20%대를 넘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두 사람은 20%을 놓고 싸우기보다는 50%에 육박하는 무당파의 표를 얻기 위한 경쟁을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당의 이념과 노선도 분명히 하는 것이 옳다. ‘안보·경제’ 프레임으로 국민을 현혹시킬 것이 아니라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진보냐 중도냐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가령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 등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게 아니라 입장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얘기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은 이번 기회에 갈라서면서 이념·노선·정책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보다 분명히 밝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