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입국 금지' 트럼프 발언에 국제사회 공분
'무슬림 입국 금지' 트럼프 발언에 국제사회 공분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5.12.09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리·런던 경찰까지 비하…기자들에 "인간쓰레기·3류기자" 막말도
▲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모든 무슬림 미국 입국 금지' 발언에 대해 미국을 넘어 유엔, 프랑스, 영국 등 국제 사회 각계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8일(현지시간) 열린 비공개 의원모임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와 시민권의 적법 적차를 보장한 제14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미국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트럼프의 생각은 우리가 추구하고 믿는 모든 것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BBC 방송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이날 "트럼프의 발언은 분열을 초래하고 쓸모없으며 완전히 틀렸다"며 "그의 발언에 절대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영국 총리가 미국 대선 주자들에 대한 논평을 피해 온 관례를 보면 이번 발언은 이례적인 비판이라고 볼 수 있다.

영국에서는 트럼프의 영국 입국을 금지하자는 온라인 의회 청원이 시작돼 9일 오후 4시(한국시간) 현재 3만2712명이 서명했다.

정부에 답변 의무가 생기는 최소 서명 인원인 1만 명을 3배 이상 넘어, 하원이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인원인 10만 명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동부 샌버너디노 총기 난사 테러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영향을 받은 무슬림 부부의 소행으로 밝혀지자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완전히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날 오전에는 "파리와 런던의 일부 지역은 (무슬림 때문에) 너무 과격화돼 경찰이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서 그곳에 가길 거부하고 있다"며 영국과 프랑스에도 화살을 날렸다.

트럼프는 같은 날 사우스캐롤리이나 주(州) 마운트 플레전트 유세에서 '이슬람국가'(IS) 및 테러 대책을 언급하면서 "빌 게이츠 또는 (인터넷 공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특정 지역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인터넷을 끊는 방안에 대해 얘기해봐야 한다"며 '인터넷 차단'을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특정 지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무슬림 공동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마운트 플레전트 유세 도중 자신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면서 현장에 있던 취재 기자들을 향해 막말도 퍼부었다.

그는 손으로 직접 기자들을 가리키며 "여기 뒤에 있는 사람(기자)들은 최악이다. 이 사람들은 부정직하다. 70∼75%가 절대적으로 부정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지자들에게 "이들은 완벽한 인간쓰레기(scum)다. 인간쓰레기들이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트럼프의 행보에 대해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발언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당 소속 새라 울러스턴 의원은 트럼프의 영국 입국 금지를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노동당 소속의 잭 드로미 의원도 트럼프는 '위험한 바보'라며 영국 해안에서 1600㎞ 이내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당 소속인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도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완전히 허튼소리"라고 비난하면서 "런던과 뉴욕의 범죄는 꾸준히 줄고 있지만, 내가 뉴욕에 가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트럼프와 대면하는 진짜 위험 때문"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도 "인류에 대한 모욕"이라며 인종주의에 반대해 연대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 경찰청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발언은 "완전히 잘못됐다"며 반박했고, 양당의 런던 시장 후보들도 트럼프의 발언이 "혐오스럽고 끔찍하다", "그가 선거에서 완전히 실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국의 선거에 대한 언급을 삼가온 캐나다 정부 역시 이례적인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캐나다 외무장관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캐나다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국과 이처럼 동떨어진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젤 파라지 당수마저 "극단적으로 나간 정치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은 트위터에 트럼프를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악의 화신 볼드모트에 비유한 BBC의 트윗 링크와 함께 "끔찍하다. 볼드모트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적었다.

유엔 역시 트럼프가 난민들의 미국 재정착 프로그램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집트 종교부도 성명을 통해 '800만 무슬림이 사는 미국 사회에 긴장과 적대를 만드는 혐오 발언'이라고 비판했고, 이스라엘의 한 좌파 칼럼니스트는 'IS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트럼프의 발언에) 아주 기뻐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이슬람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져 트럼프를 지지했던 두바이의 사업가 칼라프 알합투르는 "여태까지 당신을 지지해 온 것이 유감"이라며 "트럼프를 지지한 것은 실수 임을 인정한다"고 NBC에 말했다.

중동의 부호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일부 중동지역 기업들은 사업관계 단절을 천명하고 나서 이번 발언이 트럼프의 중동지역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신혜영 기자 hysh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