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이스라엘 'IS 원유 밀수' 의혹… 에르도안 "입증시 사퇴"
터키·이스라엘 'IS 원유 밀수' 의혹… 에르도안 "입증시 사퇴"
  • 신헤영 기자
  • 승인 2015.12.0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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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터키, IS로부터 석유공급 받으려 러 전투기 격추"
이스라엘은 매입 의심 받아… 英매체 '원유세탁' 과정 보도

▲ IS의 원유를 나르는 터키의 유조차라며 시리아군이 공개한 사진
지난달 24일 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이후 양국 간 긴장관계가 높아지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터키가 극단주의적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로부터 석유공급을 보호받기 위해 이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파리 근교 르부르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객기 격추 결정이 터키 영토로의, 특히 석유를 바로 유조선에 적재하는 항구로의 공급선을 보호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여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IS와 다른 테러조직들이 장악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이 석유가 대규모로 터키로 수송되고 있다는 추가 정보도 받아 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언론은 자국 전투기가 터키에 격추되자 전문가들을 인용해 터키가 IS 추종자들이 시리아로 밀입국하는 것을 방조하는 대신 IS산(産) 값싼 원유를 사들여 이득을 챙긴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모와파크 알루바이 전 이라크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러시아 매체 RT에 "IS가 지난 8개월간 터키의 암시장에 8억 달러의 원유를 절반 가격에 팔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국영 언론인 아나톨리아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강력히 말하겠다"며 "만약 IS와 석유를 거래했다는 주장이 증명될 경우 우리 국민들은 내가 대통령궁을 떠날 것을 요구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어 "푸틴 대통령에게 '자리를 지키겠느냐?'고 묻는다"고 강공을 펼치면서 "우리는 테러집단과 이런 종류의 거래를 할 만큼 부정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당사자가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인내심있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우리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모든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터키 공군 전투기는 지난달 24일 시리아 접경에서 터키 영공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했다.

러시아는 터키와 IS가 원유를 밀거래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전투기 격추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터키는 이는 근거 없는 비난이며 자국 영토 침범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터키는 이번 COP21 자리를 빌려 대화하자고 청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터키의 사과 없이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이날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 전투기 격추는 영공 침범에 정당하게 대응한 것이라며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고 두 정상 회동은 결국 불발됐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터키가 IS 석유 밀수에는 기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외국 전투원과 무기 등이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갔다는 점에서 IS 득세를 막지 못한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터키가 IS 원유 밀매 통로라는 공세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IS산 원유를 사가는 곳으로는 이스라엘이 지목되고 있다.

영국의 아랍전문매체 알알라비 알자디드는 지난달 27일 IS의 원유가 이스라엘까지 도달하는 '석유 세탁' 과정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와 시리아의 IS 점령지에서 생산된 원유를 산 밀매업자는 터키 국경을 넘기 전에 사설 시설에서 기초적인 정유 작업을 거친 뒤 석유제품으로 변환돼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의 국경도시 자크호를 통해 터키로 들어간다.

이 석유제품이 몇 단계를 거쳐 세이한과 메르신, 도르티올 등 터키 항구로 운반돼 지중해를 잠시 통과해 이스라엘의 아쉬도드 항으로 수입된다는 것이다.

이 밀매 과정에서 IS산 원유가 담긴 드럼통엔 위조된 KRG 인증 표시가 찍힌다고  매체는 전했다.

[신아일보] 신혜영 기자 hysh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