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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야기] 경제 민주화와 청년희망펀드
[금융이야기] 경제 민주화와 청년희망펀드
  • 신아일보
  • 승인 2015.11.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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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기자

 
요즘 눈만 뜨면 접하는 기사가 재벌들의 ‘청년희망펀드’ 가입 소식이다.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기금을 마련해 젊은 층의 일자리 창출에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모금이 시작된 청년희망펀드는 모금액이 벌써 800억원을 넘어섰다.

펀드를 통해 모금한 돈은 ‘청년희망재단’을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에 투입된다.

그러나 기업들의 팔목을 비틀거나 은행의 말단 청경에게까지 강제할당 방식의 모금을 하면서 벌써부터 그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함께 일하는 재단’이라는 곳이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전 국가적인 실업대란과 경제 불황을 극복하고자 온 나라가 금모으기 운동을 펼쳐 생겨난 재단이다.

‘함께 일하는 재단’도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관이다. 설립된 지 17년이 지났건만 그간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실적을 남겼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지난 주 경기도 안산시청에서는 40여개의 기업체가 참여해 180여명의 직원을 채용하는 ‘1사(社)1+청년희망일자리 박람회’가 열렸다.

안산시는 매월 19일에 ‘919 취업광장’을 개최한다. 안산시청의 관계자는 올해에만 ‘919취업광장’을 통해 700여명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행사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구직자들이 몰려들었지만 젊은 청년들은 10% 남짓 해 보였다.

안산의 반월공단에는 1만여 개의 사업체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중 30% 이상의 일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행사장을 찾은 젊은이들은 급여나 복리후생보다는 평생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가의 여부에 구직의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시화공단의 자동차 부품제조 공장에 근무하고 있다는 한 청년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게 자신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한다.

급여 작은 것도 힘든 것도 이겨낼 수 있지만 자신의 회사가 자신에게 평생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회사가 대기업 앞에서는 언제나 ‘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언제 일자리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재벌’이라는 형태의 기업체와 ‘갑·을’의 계약관계가 존재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라는 공약을 발표했다.

‘갑·을’ 간의 관계를 평등하게 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갑은 영원하고 을은 갑의 임의대로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이상한 계약관계가 청년들의 취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들은 왜 안 하는 것일까?

요란스럽게 돈 몇 푼 모아 굿판 벌인다고 해결될 일 같았으면 ‘함께 일하는 재단’은 지난 17년간 거의 매일을 굿판으로 때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청년들은 급여나 복리후생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 아니다.

재벌들이 팔목을 비틀렸는지 자발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말 몇 마디에 수백억씩 앞 다퉈 펀드가입을 하는 모습이 ‘을’에 대한 착취체재를 지속하기 위한 ‘자진납세’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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